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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문서에 암호기술이 들어간다


 

바야흐로 e비즈니스 시대라지만, 문서산업은 사라지지 않고 되레 성장하고 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이 확산된 99년 국내 종이 소비량은 총 630만톤이었지만, 그후 2000년에는 670만톤, 2001년에는 710만톤으로 집계됐다. 정보기술(IT)가 종이없는 사무실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문서산업이 뜬다해도, 여기에 IT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e북)이나 온라인 신문이 유행하고 있으며, 포토프린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디지털카메라 같은 디지털문서 출력기기 시장도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종이문서의 위변조 방지나 인증 문제를 암호기술로 해결할 수 없을까.

국내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문서뿐 아니라 종이문서에도 암호기술을 집어넣어 위변조 방지와 사용자 인증을 해 주자는 시도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이나 신분증에 사용됐던 특수인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온라인 문서와 종이문서 유통의 (접근제어에 있어) 통일성을 확보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여권과 신분증(주민등록증), 그리고 이행증권이나 보험증서 같은 증명서 시장부터 서서히 열리고 있다.

◆어떤 기술이 이용되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암호기술로 ▲형광잉크를 대체해서 위변조 방지에 집중하거나 ▲온라인 전자서명처럼 종이문서에서도 인증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 2가지다.

전자의 경우 (암호학으로 말하면) 단일키를 써서 중앙관리기관에서 키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경우 여권이나 신분증 같은 제한된 용량의 공공적인 성격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이나 여권번호 등에 있는 일반데이터를 조각내서 점으로 인쇄하고, 이를 인식기(하드웨어)에서 암호를 푸는(복호화) 소프트웨어로 돌려 위변조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인쇄된 사진에 암호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정보를 평범한 메시지(문자나 몸짓 등)에 비밀 메시지를 숨기는 워터마킹과는다르다.

과기부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돼 3차원 화상암호시스템(3D SIS : 3 Dimensional Steganographic Image Scrambling)을 개발하는 싸이버뱅크(대표 조영선 www.cb.kr)가 대표적이다.

두번째 부류는 공개키(PKI)를 써서 사용자 인증기능을 강화한 쪽.

위변조 방지도 가능하지만, 그것보단 전자서명된 온라인 문서를 프린터를 뽑았을 때 이를 (온라인 전자서명 공인인증기관 등에서) 인증해 줄 수 있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관리기관에서 일일이 단말기마다 키를 관리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용량 시스템에 알맞다. 기술의 핵심은 기존 (온라인) 전자서명 인프라를 그대로 쓴다는 점이다.

따라서 키를 관리할 때 편의성과 효율성에서 앞선다.

예를들어 공무원 전자서명(GPKI)를 도입했을 때 해당 공무원은 이 문서를 프린터로 뽑아 상사에게 결제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 때 별도의 인식기(3차원 바코드 인식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핵심은 바코드 인프라를 어떻게 전자서명 알고리즘 인식기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 비씨큐어(대표 박성준 www.bcqre.com)와 에이디트러스트(대표 이동인 www.adtrust.co.kr)가 공동개발해서 7월중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누가 뛰고 있나

종이문서 암호화에 관심있는 기업은 대략 6개 정도. 소프트포럼(대표 권순도, 안창준 www.softforum.com)은 23억원을 들여 싸이버뱅크(대표 조영선 www.cb.kr)로부터 위조방지 기술사업부문을 인수했다. 6월까지 개발이 어느정도 완료, 9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소프트포럼과 싸이버뱅크는 모두 미래산업 계열사로, 싸이버뱅크는 PDA 등 정보기기 사업에 집중하고, 보안 분야는 소프트포럼이 주도하기 위해 사업부를 통합했다. 싸이버뱅크는 2000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해서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위변조 방지기술(3D SIS)를 이용해서 인쇄작업을 할 때 비용이 형광인쇄 같은 특수인쇄 비용보다 싸다는 점.

에이디트러스트(대표 이동인 www.adtrust.co.kr)의 경우 3차원 바코드 인식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1024비트나 되는 전자서명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종이문서를 암호화하고, 이를 복호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코드인식기의 용량 문제였다. 에이디트러스트는 이를 해결한 제품을 출시, 3차원 바코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비씨큐어(대표 박성준 www.bcqre.com)와 제휴하기도 했다. 가장 큰 강점은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 등에 깔려있는 기존 POS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실트로닉테크놀로지(대표 김주현 www.sealtronic.com)와 마크애니(대표 최종욱 www.markany.com) 등도 각각 워터마킹과 DRM(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을 이용해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시장성 논란은 있다

홍기융 케이사인 사장은 “아직까지 종이문서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종이문서 보안을 위해 기업이나 기관에서 별도의 IT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종이문서 암호화 분야 시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99년 저서 ‘생각의 속도(Business@the Speed of Thought)를 내놓으면서’ 디지털 신경망 시스템과 지식경영데시보드를 통해 종이없는 사무실을 만들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의 생각과 같다.

하지만 e메일이나 온라인 신문도 종이로 인쇄해서 봐야 하는 (남아있는) 우리의 정서와 오프라인 문서와 온라인 문서의 통합추세에 비춰보면 암호기술이 종이문서에 들어가는 것은 대세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실제로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강남구청이나 온라인 인지세 면세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국세청 등에서 종이문서(주민등록증이나 인지)를 온라인 전자서명에서처럼 유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에 있어서도 거부감없이-지문이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전자주민증과 다르게- 보안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박성준 비씨큐어 사장은 “인터넷으로 전자서명 공인인증서를 통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고 이를 내 프린터로 뽑아도 인증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겠는가”라며 “이제 온라인 전자서명은 오프라인 전자서명과 통합돼 새로운 보안 기술의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는 문제 하나. 암호기술이 들어간 종이문서 인식기의 가격을 낮추고 대중화하는 게 보안전문가들의 숙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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