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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감축, 지역 주민 의사 반영돼야"…정치권·정부 개입에 멍드는 은행산업


국내 8개 은행 영업점 3년 간 400여개 감소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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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행권 영업점 감축 행보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공공기관도 아닌 사기업에게 사회적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한다며 반발한다.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당국이 유인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8개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씨티, SC제일, 농협 기업)의 영업점포(출장소 포함)는 모두 5천454개다.

최근 은행들은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5천824개였던 8개 은행의 영업점포는 이듬해 6월말엔 5천606개, 지난 해 상반기엔 5천586개로 줄었다.

점포 감축은 최근 은행권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 확보가 어려워진데다,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비예금 상품을 통한 수익을 벌어들이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비용 감축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은행점포 감축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월 금융발전심의회 행사가 끝난 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점포 폐쇄의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나, 속도가 문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앞서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수를 감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동조했다. 질 좋은 일자리 공급,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향상 등 모범을 보여야 할 은행들이 정작 사회적 책임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의 자율에 맡기면 수익성에 맞춰 점포가 줄어들 것이고, 고령자들이나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점 폐쇄에 앞서 진행하는 영향평가 과정에 지역 주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과하다'고 토로한다. 금융회사로서 은행에게 사회적 역할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업종과 수익을 내는 방식만 다를 뿐 시중은행도 어디까지나 사기업인 만큼, 이익 추구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긴 하나, 은행은 기본적으로 사기업이다"라며 "적자가 나는 점포를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으로 계속해서 안고 가는 건 주주한테 배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월급을 세금으로 주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정부가 은행들의 영업점 감축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다. 영업점이 줄면 일자리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영업점 감축과 일자리 감소 사이에 인과 관계가 뚜렷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국내은행의 영업점포수는 183개가 감소했다. 종사자수는 그보다 적은 157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은행들의 신입행원 공채 규모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5대 은행은 올 하반기 910명을 채용할 예전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6% 줄어든 수치다. 오롯이 영업점 감축 효과라기보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영업점을 통합하면, 남는 인력은 디지털 부서로 재배치된다"라며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든 만큼, 비대면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졌으니 관리 인력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상상담 등 인력 수요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이라, 점포가 줄면 일자리도 감소한다는 논리가 꼭 맞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자리나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은 고용과 인구구조 변화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은행권이 스스로 해결할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은행으로선 영업점을 줄일 수밖에 없으니, 이 속도라도 늦추기 위해선 정부가 어느 정도 유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 은행들이 영업점포를 유지할 유인은 굉장히 적다"라며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영업점을 유지한다면 사회공헌 사업인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진 만큼, 은행들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런 차원에서 점포 축소는 굉장히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라며 "비용 분담이나 세제 지원 등 은행들이 점포 감축 속도를 늦출만한 유인을 만들어주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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