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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심각한 위기상황…비상경영 시행"


全 임직원에 이메일로 고지…"성장중심 사업전략서 수익중심 전환"

[아이뉴스24 장유미, 이현석 기자] "예상과 달리 조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어 성장 중심 사업 전략을 수정하겠습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가 15일 오전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회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이 같이 고지한 뒤 '비상경영 체제'를 적극 시행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극한의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 2020년을 넘어 '월드 베스트 클래스 2030(2020년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라는 원대한 꿈과 비전 아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고 나아가 초격차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올해는 계속되는 국내외 경기침체,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의 예상치 못한 대외 악재와 미중 세계 무역 전쟁 등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주는 이슈들이 쉽지 않은 경영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우리 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해 블로썸 파크, 블로썸 캠퍼스, 바이오 신공장 증설 및 대규모 M&A에 이르기까지 많은 투자를 해왔다"며 "예상과는 달리 조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대 만큼의 사업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사진=CJ제일제당]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사진=CJ제일제당]

이로 인해 CJ제일제당이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신 대표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외 신용도 하락의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자금 조달의 어려움, 금융 비용의 증가 및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미국 슈완스컴퍼니를 약 2조 원에 인수한 데다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총부채가 2015년 8조3천660억 원에서 올해 6월 16조2천995억 원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55.35%에서 185.45%까지 올라왔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천5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의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오전 10시 40분 현재 기준 22만2천 원에 거래 중으로, 연초 33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상태다. 이로 인해 5조 원대에 육박했던 시가 총액도 3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의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주가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한 2천736억 원이지만, 증권가에선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물류 제외 기준 영업이익이 11.4% 감소한 1천87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5%, 물류와 쉬완스 인수 효과를 제외할 경우에는 24.7%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부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성장성보다는 수익성, 안정성에 초점을 둔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빠른 이익률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CJ제일제당 목표주가도 줄줄이 낮췄다. NH투자증권은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삼성증권은 36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키움증권은 36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각각 내렸다.

CJ제일제당 본사 전경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본사 전경 [사진=CJ제일제당]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하자 신 대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성장 중심 사업 전략을 수정해 철저한 '수익 중심'으로 경영 축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경쟁력이 없고,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 대표는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사안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투자를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부지불식간에 운영되고 있는 비효율을 끝까지 찾아내 반드시 제거하고, 비용 집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미래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R&D,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사업 수행, 회사 경영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CBP(Challenge Beyond Possibility) 투자는 중단 없이 추진하되 여러 검증을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흐름(캐시 플로우) 중심의 경영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적시에 필요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탄탄한 재무구조가 필수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근 마니커 지분 12.28%를 전량 처분해 총 198억861만 원을 거둬들인 것도 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신 대표는 "채권 회수를 강화하고, 매입 채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동시에 보유 자산 유동화와 차입금 감축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신 대표는 미래를 위한 준비도 빈틈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식품은 내년까지 가정간편식(HMR)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을 완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축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오 부문에선 아미노산 세계 제패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R&D 기반의 초격차 경쟁력을 토대로 '그린 바이오'를 넘어 '화이트, 레드 바이오'에 이르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어려운 경영 여건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시장을 리딩하는 사업자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려운 경영 환경 하에서도 앞서 언급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간다면 식품·바이오 두 사업 모두 훨씬 강력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그동안 고속 성장해 온 사업기반을 더 탄탄하게 다지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빈틈없이 실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많이 힘들겠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고통을 분담하고,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다 같이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이에 내부 임직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익명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는 것에 대해 조직원 입장에서 공감하긴 하지만 (회사의) 미래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투자 매년 조단위로해도 월드베스트 2030을 실현할 수 있을까 말까한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비용 절감이 적절한 판단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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