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논란' 불똥에 인터넷 창조경제 어디로?

[사이버 新공안시대-하] 디지털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 필요


[정은미기자] 검찰로부터 촉발된 '사이버 검열' 논란이 국내 IT 기업 전반에 부정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강화 방침이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메신저나 인터넷 게시판 전반에 대한 '신(新) 공안시대'를 몰고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공간만 수사대상이라는 검찰의 해명에도 사적 공간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똥이 인터넷 기업으로 튀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 이번 사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과도한 검열 의지에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보호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되돌아보면,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설치해 인터넷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나서자 점유율이 미미했던 외국 메신저 '텔레그램'의 인기가 치솟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정당국의 손길이 외국 업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지난 한달 남짓 사이 국내 메신저 이용자 가운데 300만명 이상이 해외 메신저를 설치했다.

지난 22일 인터넷기업 디시인사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 이용자의 98%가 계속 카카오톡을 쓸 것"이라고 답을 하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메일·블로그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수사기관들의 '영장청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블로그·커뮤니티 운영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대거 옮겨갔다. 또 2009년에는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하면서 혐의기간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게 작가의 이메일을 무려 7년 치나 들여다본 것이 밝혀지면서, 국가기관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구글의 G메일 가입자 급증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기술적으로 카카오톡을 실시간 감청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실시간이든 뭐든 대화 내용이 넘어간다는 사실에 있는 듯하다. 특히 감청은 미래의 대화까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니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뢰 잃는 순간, 모래성으로 추락

인터넷산업은 그 특성상 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일순간에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지 않거나 개인정보 관리부실·해킹·이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커뮤니티 전략 등 다양한 이유로 소위 '잘나가던' 서비스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을 달리던 야후는 국내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국내에서는 사이트를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IT를 호령했던 프리챌도 무리한 유료화 정책으로 순식간에 무너졌으며, PC 통신시대 1위였던 천리안 등도 변신이 늦어 불과 3~4년 만에 네티즌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커지자 "기존 방식대로 대화내용을 제공하는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돌아선 다음카카오 역시 이같은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다음카카오의 주가의 흐름은 이같은 시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합병효과로 20만원을 넘볼 태세이던 다음카카오 주가는 1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음의 주가가 13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가까스로 반등하고 있지만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사이버 검열' 인터넷 산업 움츠려

특히 ICT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창조경제 실현의 근간이 될 인터넷 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지점이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라인과 밴드 등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플랫폼으로 손꼽혔는데, 검열논란의 여파로 인해 해외진출 드라이브가 한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에 신용카드·체크카드와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해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도입해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일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 내달 중에 카카오톡으로 소액 송금·결제가 가능한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휘말린 다음카카오가 당초 계획대로 금융서비스 진출과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모델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사인 네이버 라인이나 밴드 역시 글로벌 시장공략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검열논란의 불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측은 라인과 밴드의 국내 가입자가 급감하는 현상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 현지법인으로 감청논란에서 벗어나 있는데도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밴드의 경우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영장'에 따라 프라이버시 보호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두 회사의 문제를 넘어 카카오톡이나 라인, 밴드는 콘텐츠·솔루션·디스플레이·디자인 등 부지기수의 IT 벤처, 중소중견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창조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 사용자들이 한국산 서비스 불신 가능성이 커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자의든 타의든 사용자들이 해외서비스로 넘어가는 한국산 서비스를 외국인 이용자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지나치게 자국 업체를 보호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라며 "현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국내 IT산업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수렴, 제도 보완 서둘러야

검찰의 사이버 모니터링 강화 문제가 IT기업에 대한 검열 논란으로 번진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이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시대에 다양한 IT기술 진화로 개인정보가 쌓이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사이버 수사에 대한 정부의 판단, 기업의 협조와 이용자 사생활 보호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도 정부가 트위터 등에 직접 접근해 개인정보를 가져간 '프리즘 사건'으로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일어났었다"며 "각 분야 전문가와 다양한 주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인터넷 기업들이 법이 허용하는 것을 지키는데도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용자 보호와 수사상의 공익적인 목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