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다니는 것도 서러운데"…임시공휴일에도 일하는 A씨 사연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회사에서 추석 연휴에 10월 1일까지만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회사 측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만 쉬는 날"이라며 "거래처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2일에는 정상 출근해 일하라"고 말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임시공휴일 지정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 전 10월 2일에 연차 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는데, 회사가 이미 결재돼 연차를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올해 추석 연휴가 개천절을 포함해 6일로 길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선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소규모 사업장이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인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5인 이상 7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2.5%는 '6일간' 휴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최근 927명을 대상으로 10월 2일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지 묻자, 응답자의 85.3%는 '출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4.7%는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기업 규모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영세기업(33.3%)이 출근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중소기업(13.9%) △대기업(12.4%) △중견기업(11.9%) △공공기관(7.1%) 순이었다. 출근하는 이유로는 △회사에서 출근하라고 해서(46.3%)의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어 △스케쥴 근무라서(27.2%) △필수 최소 인원이 필요한 직종이라서(16.9%)가 그다음이었다. 스스로 자진해서 출근하는 인원은 7.4%였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면 필수로 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하거나 합의하에 대체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수당을 받는 응답자는 41.9%, 대체휴가를 받는 응답자는 16.2%였다. 응답자 10명 중 약 4명(41.9%)은 모두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휴일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5인 미만 영세기업(69.7%)과 중소기업(38.5%)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수당을 받는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응답자들의 64.2%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도 쉴 권리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따르면 직장인 10명중 3명(31.3%)은 명절·공휴일 등 빨간 날에 유급으로 자유롭게 쉴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엠브레인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데다 직장 규모가 작고, 임금을 적게 받을수록 '빨간 날 유급휴가 사용 가능 응답'은 낮아졌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정규직은 86%가 빨간 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은 절반(42.8%) 수준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77.4%가 빨간 날 유급으로 쉴 수 있던 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7.3%만 유급으로 쉴 수 있다고 응답했다. 임금 수준별로는 500만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9명(90.3%)이 빨간 날 유급으로 쉬었다. 하지만 15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3명(31%)만 유급으로 쉰다고 답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도 빨간 날 유급 휴가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 비조합원(66.2%)은 조합원(86.9%)보다 빨간 날 유급휴가를 더 적게 사용하고 있었다.

임시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일이다. 회사는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유급휴일분)을 지급해야 한다.

일부 사업주가 휴일근무가산임금을 받을 자격을 임의로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급휴일 임금이나 휴일근로가산임금은 만근을 하지 않아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법정공휴일에 근무하면 모두가 받을 수 있다.

연차휴가는 해당일의 근로의무를 면제하고 유급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므로 공휴일에는 사용할 수 없다. 또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이 원칙적으로 노동자에게 있으므로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없는 한 사용자가 연차휴가 시기를 임의로 지정할 수 없다.

임시·대체공휴일은 확대되는 추세지만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에겐 휴가를 사용할 권리조차 양극화돼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스롱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5인 미만, 프리랜서(자유활동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근로감독 강화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지위로 인해 발생하는 휴식권 침해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