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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눈높이 맞추는 기업들…'상사 일방평가' 인사제도 사라지나


삼성, 5년만에 인사제도 재정비…'성과주의·절대평가' 앞세워 임금 체계도 변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 초 성과급 논란에서 촉발된 주요 기업들의 인사제도가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대폭 수정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일정액의 연봉을 올려주는 한편, 성과급도 기준이 모호한 상사의 고과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해왔다. 하지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젊은 층)가 최근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서자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도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년 만에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다.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에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한 이후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등 임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인사제도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이달 말께 인사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번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임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과 동료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고과 평가는 'EX'(Excellent)와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상위 10% 임직원은 가장 높은 등급인 EX 등급을 받고, 이후 25% 임직원은 VG 등급을 받는다. 나머지는 GD나 NI 등급이 부여되고, 저성과자들은 UN 등급을 받는다. 평가 결과는 다음 해 연봉과 승진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안에서 최상위 10% 직원에 부여하는 EX 등급은 유지하고 VG 등급의 비율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위 10%를 제외하곤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커리어레벨(CL)로 불리는 직급체계도 폐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초 직원 승급 체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 후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연차에 따라 CL1(고졸사원)부터 CL4(부장급)까지 네 단계로 직급을 나누고 호칭은 기본적으로 '님'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팀장·그룹장·파트장·임원은 직책을 그대로 부르며 어정쩡한 상태로 운영돼 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4단계 직급을 2~3단계로 줄이는 1안과 아예 직급 제도를 없애는 2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완전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CL 체제가 없어지고 임원 밑으로 모두 같은 직원이 된다는 뜻이다. 호칭도 '차장', '부장' 등의 호칭을 붙이는 대신 이름 뒤에 모두 '님'자나 '프로'를 붙여 부르게 된다.

또 직급별 기본 연봉 테이블도 없어진다. 일을 잘하는 직원의 임금은 파격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성과 평가만으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방침이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현행 평가 방식도 바꿔 상호 평가인 '동료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올해 초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며 "MZ세대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성과급·복지 개선, 인재 발탁 시스템 개선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 올 초 성과급 논란과 함께 고과 평가에 대한 불만이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부 기업에서 올 초 성과급 논란과 함께 고과 평가에 대한 불만이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올 초 성과급 논란과 함께 고과평가에 대한 불만이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또 MZ세대 직원들은 경쟁사 연봉과 비교하며 익명 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임금에 따라 자유롭게 이직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노사 임금 협상에서도 노조 측에선 경쟁사와 비교하며 전 직원 1천만원 일괄 인상, 코로나 격려금 350만원 지급,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나서 사측과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게임업체와 네이버·카카오 등 판교 IT 기업에서 촉발된 임금 인상 러시가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대기업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며 "삼성이 이번에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새로운 임금 체계도 적용한다면 다른 기업들에게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나선 기업들은 또 있다. 올해 초 성과급 논란이 불거졌던 SK하이닉스는 젊은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지난 6월 기본급 8%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또 기본급 200% 상당의 자사주도 추가로 지급했으나, 최근 주가가 지급 당시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이 다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연말을 앞두고 성과급 지급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3월 임금을 9% 인상했던 LG전자도 지난달 성과급 체계를 또 개편했다. 성과급 책정 기준이 모호하고 사업부별로 차등이 커서 불공정하다는 사내 구성원의 불만이 커지면서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내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성과급 기준은 사업 부문별이 아닌 회사 전체 매출·영업이익을 기본적으로 적용해 사업 부문별 성과급 격차를 줄이고, 성과급 규모도 늘리기로 한 것이 주요 골자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사업본부별로 해당 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 달성도를 기본 지표로 하고 동종 업계 경쟁 상황 관련 목표 달성 여부 등을 가감해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 인상에 보수적이었던 LG전자가 파격적 임금 인상과 성과급 체계 개편을 제시한 것은 지난 3월 MZ세대가 주도해 결성한 LG전자 사무직노조 출범의 영향이 컸다"며 "이번 일로 아직 흑자 궤도에 오르지 못한 사업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선 기업 실적이 나빠도 임금을 깎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여서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각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공성이 강한 임금 체계 대신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이를 개편하고, 인사 제도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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