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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면 클수록 좋다'는 건조기 시장…삼성·LG전자, '신경전' 가열


작년 연간 판매량 200만대 돌파…'거거익선' 트렌드에 대용량 출시 경쟁 가속

뉴 그랑데 AI 세탁기 건조기 [사진=삼성전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크면 클수록 좋다'는 소비 트렌드 확산과 함께 긴 장마와 소비진작 정책이 겹치면서 지난해 의류 건조기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대용량 의류건조기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LG·위닉스 등 가전업체들은 제품군 강화에 속속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조기 연간 판매량은 2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5만 대 규모였던 국내 건조기 시장은 2016년 10만 대, 2017년 60만 대, 2018년 100만 대, 2019년 150만 대로 몸집을 가파르게 불리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는 대용량 의류 건조기가 견인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대용량 의류 건조기는 매년 전체 건조기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삼성전자 역시 '그랑데' 이름을 붙인 건조기가 출시된 후 대용량 판매 비중은 90%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도 16kg 이상 대용량 판매 비중이 80% 이상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대용량 건조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유독 집에서 이불 빨래를 자주하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대용량 건조기 판매량은 90% 후반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소용량 건조기는 거의 판매되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LG전자 펫케어 기능 트롬 세탁기, 건조기 [사진=LG전자]

의류 건조기 시장은 LG전자가 지난 2016년 말 먼저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줄곧 선점해 오다 지난 2019년 7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 역전 당했다. 9kg 위주의 건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4kg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한 데다 LG전자의 건조기 문제 발생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은 탓이다.

당시 LG전자 건조기를 구매한 일부 고객들은 열교환기 자동세척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내부에 먼지가 쌓인다고 주장하며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시정권고에 따라 145만 대 전량을 무상 수리한 바 있다.

이 일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에도 의류건조기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유지했다. LG전자는 2019년 말을 기점으로 다시 점유율 60%대를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선 현재도 삼성전자가 50% 초반, LG전자가 40%대, 나머지 일부 업체들이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60%를 기록했던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며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에 대해선 이후 한국소비자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으면서 점유율이 회복돼 현재 6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롯데백화점]

하지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선전은 대용량 건조기가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건조기를 판매하다 2017년부터 기업 대 소비자(B2C) 시장에 진입했다. 다만 2017년 말께 9kg 제품을 출시했으나 성능 평가에서 LG전자에 밀려 고전했다.

이후 2018년 2월 14kg 대용량 건조기를 국내서 처음 선보이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졌다. 이 제품은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잠재적 요구를 만족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또 삼성전자는 16kg, 17kg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성장을 가속화 했다. 특히 LG전자보다 먼저 17kg 대용량 건조기를 출시한 작년 7월 의류 건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해 월 매출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그랑데 AI를 출시하며 세탁기와 건조기 디자인이 완전히 일치하도록 해 세트 구매(pair) 개념이 시장에 많이 정착됨으로써 점유율 유지에 기여했다"며 "작년부터 시행된 건조기 대상 에너지효율등급 제도에서 가장 먼저 1등급을 확득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19kg 건조기를 선제적으로 출시해 건조기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간 '뉴그랑데 AI' 건조기는 19kg·17kg 두 가지로 구성됐으며 기존처럼 전 모델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취득했다. 19kg 건조기는 국내 최대 용량이며, 다음달 초 공식 출시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그랑데 AI는 위생과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한 제품"이라며 "위생적 열교환기 관리와 360 에어홀, 마법의 60도 등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용량 구조에 맞는 자연건조가 차별화 요소로 꼽히면서 자사 건조기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대용량 제품과 함께 다양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건조기를 선보이며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2018년 2월 14kg 대용량 제품을 내놓자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가 적용된 14kg 건조기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그 해 말에는 두 회사 모두 전작보다 용량이 2kg 늘어난 16kg 건조기를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가 7월에 17kg 대용량 건조기를 내놓자 LG전자도 8월 초에 물을 100도(℃)로 끓여 만드는 '트루스팀'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17kg 제품을 곧 바로 선보였다. 또 1등급 건조기 제품도 지난해 6월 같은 날 출시하면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LG전자는 건조기 시장이 커지자 대용량 제품 외에 틈새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달 중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위해 '펫 케어' 기능을 더한 'LG 트롬 건조기 스팀 펫'을 선보인다. 이 제품은 옷에 있는 반려동물 털 제거 성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으로, 용량은 17kg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용량을 선호하면서 초기에 출시했던 8kg 용량의 건조기는 단종하고 9·14·16·17kg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객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의류 관리 솔루션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니아딤채 21kg 세탁기(왼쪽)와 16kg 건조기 [사진=위니아딤채]

위니아딤채도 대용량 건조기 시장이 성장성 있다고 판단해 최근 이불 건조까지 가능한 16kg 정통 미국식 건조기를 출시했다. 그 동안 미국 등에서만 사용되던 제품으로, 히터로 공기를 데워주고 옷감에서 나온 습기는 외부로 깔끔하게 배출하는 히터식으로 작동된다. 국내에서는 미국에서 사용했던 건조기에 매료된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입 판매됐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위니아 미국식 건조기는 빠르고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기존 히터펌프식 건조기의 절반 가격 수준인 파격적인 가격을 실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높은 가격 때문에 대형 건조기 구입을 망설이는 예비 고객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용량이면서 빠른 건조와 튼튼한 구조 설계 등 사용 환경을 극대화해 일반 가정은 물론 대량 의류 건조가 필요한 기숙사, 헬스장, 펜션, 요양병원 등 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국내에 이어 미국 시장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위니아딤채가 선보인 제품은 시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식 건조기가 가격은 저렴할 수 있지만 전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미국식 건조기를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지만 한국과는 맞지 않는 제품"이라면서도 "최근 건조기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각광 받지 못했던 제품들도 틈새시장을 겨냥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제조업체들이 건조기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공격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도 많은 양의 세탁물을 한 번에 건조하길 원하면서 공급과 수요 모두 많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석에 따르면 유럽 중심으로 선진시장, 성장시장에서 대용량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로 건조기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진 만큼 올해 연간 판매량이 250만 대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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