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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통신비 비싸다' 지적한 과방위, "왜?"라고 안 묻는다


[2020 국감] 투자여력 감소, 악순환 간과 …정책적 의지 '실종'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왜?"

지난 7일과 8일 치러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라진 단어다.

국회 과방위와 이들 정부부처는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방송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과 환경 조성을 이끌어야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5G 요금 이슈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통신 생태계 악순환 해소 등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통 3사 경영진. (왼쪽부터)유영상 SKT MNO 사업대표, 강국현 KT Customer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사진=조성우 기자]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통 3사 경영진. (왼쪽부터)유영상 SKT MNO 사업대표, 강국현 KT Customer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사진=조성우 기자]

21대 첫 과방위 국감의 뜨거운 감자는 5G 서비스였다. 이통 3사를 겨냥한 원가 및 고가 논란이 반복됐다. 당초 증인으로 채택된 구글과 넷플릭스가 불출석 하면서 화력이 5G에 집중된 면도 없지 않다.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통사가 제대로 된 5G 네트워크 투자를 하지 않아 품질은 떨어지는 데 요금제는 비싸게 책정, 이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소위 이통3사가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우상호 의원 "통신사 LTE, 5G 등 공급 평균 원가는 3만원 중반대이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평균은 5만원 초반대"라며 "5G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최고가 요금으로 13만원을 받는 것은 지나친 폭리"라고 주장했다.

조정식 의원은 "선택약정 가입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가 1천219만명에 이르고 있어, 약 1조원 수준의 비용이 이통사의 주머니속에 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업계는 실상을 모르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 의원의 지적한 공급 평균 원가는 전체 네트워크에 해당되는 수치로, 초기 막대한 투자비가 집중되고 있는 5G 평균 원가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선택약정할인의 경우도 단말 보조금을 선택하거나, 약정제를 원하지 않는 경우, 특정 단말 구입을 위한 대기수요 등이 포함 된 수치로 이통사가 이를 알리지 않아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이통 서비스가 민간 영역임에도 정부가 이통사 요금제 개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여댱 측 공세도 반복됐다.

한준호 의원은 "정부가 요금제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전혜숙 의원은 "신고제가 아닌 인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 때 시장자율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 유도 취지로 인가제를 폐지한 게 무색한 대목이다.

불법 보조금을 잡기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의는 20대 국회 때보다 오히려 더 후퇴한 양상. 여전히 '단통법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과징금 상향 등 단통법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졌다.

이용빈 의원과 정필모 의원은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같은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더 높은 처벌 도입을 요구했다. 김상희 의원은 최소 보조금을 설정하 되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나마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유통 채널 온라인 전환 등 판촉비, 유통구조를 바꾼다면 이용자 요금 부담을 20~30% 줄일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놨다. 다만, 이는 20대 국회 때도 거론된 것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의 생존권과 그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야당 측은 단통법 폐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단통법 체계를 강화하기 보다는 이를 폐지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조항만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기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기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 "통신비 왜 비싼가" …고민은 어디에

이통사에 합리적 네트워크 투자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5G 네트워크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요금제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소위 '비싼 요금제'와 관련된 구조적 모순을 풀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이통 3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감면 제도 도입,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LTE 중저가 요금제를 잇따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른 비용이 늘면서 5G 상용화 1년이 지났지만 무선통신(MNO) 수익성은 4~8%에 그치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만 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만 총 3조4천400억원이 투입된 상태.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의 98% 수준으로 투자가 하반기에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예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통3사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에 부응, 3년간 설비투자로 24조~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요구는 오히려 더 강화되는 반면 이에 따른 지원책 마련 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네트워크에 대한 직접 투자는 없을 것으로 못 박았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중국, 일본과 달리 정부가 직접 네트워크 투자에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언했던 5G 투자세액공제는 옛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 3%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수도권과밀지역과 공사비가 제외되면서 효과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기획재정부는 세액공제혜택이 약 6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수준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현실화도 시급한 대목. 정부는 오히려 이를 더 높게 잡아 이통사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중기사업계획(2020년~2024년)'에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5조5천억원까지 추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4조원대에서 더 올려 잡은데다 전파법에 따른 업계 추정치 1조5천억원 대비 4조원 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인한 이통사의 부담이 커진다면, 고객 요금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최기영 장관 역시 "그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와 국회가 민간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통신요금 인하 등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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