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낳은 대형마트 위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홈플러스는 얼마 전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평소 상품군별 매출 신장률 공개도 꺼리던 홈플러스의 이 같은 조치는 이례적이다. 대형마트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4.9%, 38.3%씩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전년 동기 대비 4배 늘어난 5천억 원대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형마트의 오랜 불황 속에 정부 규제가 심화된 데다 이커머스 강세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쏙 빠져 2분기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생활필수품 수요를 편의점, 동네마트에 모두 뺏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쇼핑지원금'을 앞세워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섰지만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초특가를 앞세운 대형 할인 행사를 벌인 덕분에 수익성만 더 악화됐다. 이 영향으로 이마트, 롯데쇼핑 등 유통업체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먹구름만 잔뜩 끼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처럼 대형마트가 점차 코너로 몰리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탓이 가장 크다. 소비자의 권익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계속된 유통 규제 공약도 대형마트들을 멍들게 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이어진 10년간 유통산업 지형은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달라졌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대형마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21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벽배송이 일상화되고 소비 채널 주류가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 갔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생각은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다. 대형마트만 묶어둔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게 아니란 사실을 많은 곳에서 지적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명분 없는 규제만 반복하며 표심에만 집착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마치 대형마트 때문이라는 이들의 구시대적 발상은 업체들의 점포 축소 또는 부도 위기로까지 몰고 있다. 대형마트가 무너지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생계도 함께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듯 하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부진으로 고용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 76.6% 급감한 롯데마트는 이달부터 무급 휴직을 실시키로 했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매장 수도 올 하반기에만 13개를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인건비 감축에 나섰다. 회사 실적이 악화되자 임원들은 월급을 3개월간 20% 덜 받겠다고 한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의 계속된 규제로 코너까지 몰린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거나, 심야 영업 시간대에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형마트의 생존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지금은 아주 갈급한 시기다.

'코로나19' 이후 유통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데다 대형마트들이 생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역차별 당하는 것은 이제 시정돼야 한다. 10년간 이어졌던 포퓰리즘을 위한 유통 규제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대형마트가 살아야 지역 경제도 살고, 서민들의 일자리도 보호된다. 정부도, 정치권도 실익 없는 대형마트 규제보다 유통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산업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좀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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