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어 김동관…전방위로 이어지는 정의선의 '협업경영'

현대차, 한화큐셀과 ESS 공동개발 협약…삼성 사업장 최초 방문하기도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주요그룹과 전방위 협업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내세우며 수직 계열화에 집중했던 현대차그룹도 과거 경영방식에서 탈피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한화큐셀은 지난달 29일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동 개발 및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한화큐셀의 협력은 현대가(家) 3세인 정의선 부회장과 한화가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주력 사업 분야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가(CEO) 'CES 2020'에서 협업을 약속하고 있다. [출처=현대자동차]

글로벌 태양광 선도업체로 평가받는 한화큐셀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사장이 사업 초기부터 몸담아 왔던 곳이다. 김 부사장은 태양광에너지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10년부터 관련 사업에 공을 들였다. 특히 한화큐셀은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중심 기업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큐셀에서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부사장으로 올라서 그룹 경영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의 미래 성장동력을 전기차에서 찾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 부회장은 한국수력원자력, 바르질라, OCI 등 ESS 관련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을 진행하며 배터리 재사용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 같은 고민이 결국 신재생에너지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화와의 협력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한화큐셀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ESS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시스템 구축 비용을 대폭 낮춰 ESS를 대규모로 보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해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태양광 선도기업 한화큐셀과의 협력을 통해 태양광 연계 ESS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한화큐셀은 태양광 발전 설비와 가격 경쟁력 있는 ESS 패키지 상품 공급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확대를 위해서는 에너지업계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가 구축하고 GS칼텍스가 운영하는 강동 수소충전소는 지난달 28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운영을 시작한 'H국회 수소충전소'에 이어 서울 지역 내 두 번째 상업용 수소충전소다. 전국에서는 고속도로 등을 포함해 8번째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에너지업계와 협업하며 수소충전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최근 삼성SDI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현대차그룹이 협업의 시대로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개발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함께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은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 목적으로 만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이 사업적으로 협력하는 모습도 보인 적이 없었다.

삼성과 현대는 오랫동안 재계 라이벌로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1995년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양 그룹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례식장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조문을 오면서 양 그룹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원한 관계는 이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채택했지만, 삼성SDI는 제외됐던 이유도 양 그룹의 불편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만남 이후 구체적인 협력 방안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삼성SDI의 배터리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사가 배터리 공장을 합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과거의 라이벌은 물론 이종산업 업체와의 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부회장은 기술과 실리를 중시하는 만큼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열린 CES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주요 동력 중 하나가 세계 산업계 리더들과의 협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길홍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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