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 때 외식 시장을 이끌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한식뷔페가 휘청이고 있다.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데다 1인 가구 증가, 경기 침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올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집콕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점포 방문객이 급감해 직격타도 입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외식업체들은 점포 폐점과 리뉴얼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 샐러드 뷔페로 인기를 끌던 '세븐스프링스'가 이달 중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삼양그룹이 지난 2006년 신사업 일환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뛰어든 지 14년 만이다.
'세븐스프링스'는 지난 2001년 친환경 콘셉트로 설립된 국산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2010년대 초부터 한식 뷔페의 등장과 다양한 외식 문화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회사 측은 한식 메뉴 도입, 가격 인하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삼양그룹 외식사업 담당 법인 삼양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한 130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 손실은 2013년부터 7년간 이어졌다.
이로 인해 삼양에프앤비는 결국 이달 중 목동41타워점, 광화문점 2곳의 문을 모두 닫기로 했고, 삼양그룹은 이번 일로 외식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업계에선 화학, 식품,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양그룹이 외식 사업에 대해선 노하우가 부족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경기 침체와 외식 트렌드 변화도 '세븐스프링스'의 몰락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그룹이 '세븐스프링스' 인수 당시 외식 사업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외식 경기 악화와 사측의 섣부른 확장 정책이 화를 불러왔다"며 "세븐스프링스 외에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밀려 설 곳을 잃은 외식 업체들이 폐점하거나 체질개선 작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외국계 업체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됐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이미 자취를 감춘 경우가 많다. 1995년 국내에 론칭한 베니건스는 실적 악화로 2016년 한국 시장서 철수했고, 마르쉐 역시 2013년 한국 사업을 접었다. 씨즐러와 토니로마스 역시 각각 2013년과 2014년 사업을 중단했다.
반면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던 '아웃백'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매물로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 전문기업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아웃백을 약 570억 원에 사들인 지 4년 만이다. 아웃백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 덕분에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외식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매물로서의 매력은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불황이 길어지면서 각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골목 맛집이 늘어나 손님을 뺏긴 데다 외식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한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에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체들의 어려움은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들은 단축 영업에 나서거나, 배달·테이크아웃·HMR(가정간편식) 메뉴 강화 등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쉽진 않은 상태다. 집밥 문화 확산으로 외식을 줄이면서 방문객이 급감한 영향이 가장 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국내 음식점 및 프랜차이즈 6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5차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선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음식점 95.2%의 일평균 고객 수가 6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CJ푸드빌의 경우 2~3월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달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곳은 현금 흐름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비용 지출을 억제하고, 자산 매각, 투자 최소화, 대표 등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임직원 1주 이상 자율적 무급 휴직 등으로 위기 관리에 나선 상태다.
가정간편식과 배달 문화 활성화 분위기도 외식산업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9년 국내 외식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외식 빈도는 12.9회로 집계됐다. 최근 4년 사이 약 14% 줄어든 최저치다. 반면 지난해 배달 주문은 2017년 대비 13.3% 증가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롯데지알에스, CJ푸드빌, 이랜드이츠,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외식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각 브랜드별 체질개선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업이 부진한 매장은 대폭 정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기존 매장은 리뉴얼해 점포당 효율을 높임으로써 생존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CJ푸드빌은 2018년부터 '빕스'와 '계절밥상'의 부진 점포 정리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빕스'는 2018년 말 61개 점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41개, 올해 3월 40개로 대폭 줄었다. '계절밥상'은 2018년 말 29개 점에서 지난달 말 15개 점으로 절반 가량 축소됐다.
지난해 7월 이랜드파크로부터 분리된 이랜드이츠도 대표 브랜드인 '애슐리'의 매장 수를 지난해 10여 개 정리했다. 다만 올해 '애슐리'를 새롭게 리뉴얼 한 '애슐리퀸즈' 매장 수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점포 수는 작년 말보다 5개 늘어난 100개를 유지하고 있다. 한식 뷔페인 '자연별곡'은 부진 점포와 상권 중복 점포들을 정리함으로써 2018년 43개에서 현재 38개로 줄었다.
'빌라드샬롯'과 'TGIF'를 운영 중인 롯데지알에스도 점포 수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빌라드샬롯'은 2018년 6개 점까지 운영됐지만 지난달 2개 점으로 축소됐고, 'TGIF'도 2018년 28개 점에서 지난달 21개 점으로 점포 수가 줄었다.
최근 외식 브랜드 확대에 나선 신세계푸드는 한식뷔페인 '올반'에서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반'은 2018년 초까지만해도 매장 수가 15개였지만 그 해 말 14개, 지난해 말 5개, 이달 3개로 대폭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체들이 점포 정리에 나선 것은 1인 가구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외식보다 가정간편식을 이용해 집에서 간편하게 먹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1인 가구 비중이 향후 30년 안에 3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외식산업의 입지는 더 빠르게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 외식 수요 자체가 줄어든데다 최저임금·임대료·재료비 등 원가 상승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업체들이 운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이제는 업체들이 도심에서 매장 수를 확장하기보다 상권별 특화매장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CJ푸드빌은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특화 매장과 리뉴얼 매장을 적극 오픈하고, HMR·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강화해 고객 경험 접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이츠 역시 '애슐리퀸즈' 모델 확장과 HMR 사업 집중을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이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롯데지알에스는 지난 2월 출시된 통합 외식플랫폼 '롯데잇츠'를 통해 배달 매출을 활성화시키고, 서빙로봇 '페니' 운영 등으로 푸드 테크를 활성화 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 한식 뷔페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특화 매장을 만들고 가정간편식 메뉴를 선보이면서 일부 매장에선 매출이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이 같은 작업을 더 강화하면서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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