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인-배진수 신한AI 대표] "돈 불려주는 투자의 알파고...벌써 2.0으로 진화"

인공지능 '네오' 활용 첫 상품부터 불티…1800만개 데이터 이용 '막강'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2016년 뉴욕에서 근무할 때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인터넷으로 봤습니다. 저는 100%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는 굉장한 충격이었죠."

지난해 9월 신한금융그룹의 인공지능(AI) 투자자문사인 신한AI가 출범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금융상품, 신용평가, 리스크관리 등에 적용하는 기업이다.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배진수 신한AI 대표는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30년 정통 은행맨'이다. 그런 그가 AI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에 '한방'을 맞게 된 뒤부터다.

당시 신한은행 뉴욕지점장을 지내던 그는 뉴욕에서 그 경기를 보고 AI의 기술 발전과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알파고의 경기는 한국 금융산업에도 '알파고 쇼크'를 불러왔다. 신한금융은 바로 2016년 AI의 금융 접목을 연구하는 '보물섬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2017년 한국에 돌아와 투자상품서비스(IPS) 본부장을 맡았던 배 대표도 이 때 보물섬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보물섬 프로젝트는 AI를 통한 시장 예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일본 국채지수 등 15개 시장에 대해 6개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래 시장 방향성에 대한 예상치를 내놨다.

"한 3년 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개발을 하다보니 2018년 말께에는 시장 예측률이 87%까지 나왔습니다. 한달 후, 석달 후에 시장이 어떻게 될지를 AI가 예상하는데 87%를 맞춘 거죠."

고무적인 성과에 신한금융은 보물섬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AI 투자 플랫폼 'NEO(네오)' 시스템을 기반으로 AI 전문회사인 신한AI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6월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아 시작했다.

지난 달 말에는 드디어 네오를 활용한 첫 상품인 '신한BNPP SHAI네오(NEO)자산배분 펀드'와 '신한 NEO AI 펀드랩'이 출시됐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신한A I사무실에서 만나자마자 배 대표는 두 상품이 나온 지 약 보름만에 설정액이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별다른 마케팅을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 20억원이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자랑을 했다.

배 대표는 "짧게 반짝 판매하고 끝날 상품이 아니므로 본격적인 마케팅은 하지 않았는데도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며 "앞으로 2~3달 이상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결과를 보여주면 더 투자자들이 모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 감정이 실리지 않는 딥러닝 AI가 판단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네오 1.0의 기반은 IBM에서 개발한 AI 분석기술 '왓슨(Watson)'을 활용했다. 여기에 시장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 고도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지난 17일에는 캐나다의 '엘리먼트AI'사와 제휴해 네오 2.0으로의 업그레이드 기반을 만들었다. 엘리먼트AI는 AI 박사급 인력만 수백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AI기업이다.

배 대표는 "고도화 작업을 우리가 하면서 엘리먼트AI사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활용해 네오 2.0의 시장 예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적용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예측력이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네오는 딥러닝으로 학습하는 AI다. 과거 30년치 금융 분야 정형 데이터 43만개와 전문가 블로그 등 심리·정책 변수에 관한 비정형 데이터 1천800만개를 분석해 스스로 장·단기 시장을 예측한다.

글로벌 26만개 펀드 중 투자하는 펀드 풀도 AI가 결정하며, 투자결정에서 인간의 판단은 배제한다. 두달 마다 한번씩 있는 펀드 리밸런싱도 네오 AI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다.

배 대표는 "인간 펀드매니저가 투자를 할 때는 본인의 스타일이 반영되고 자신이 보는 시장관점을 벗어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은 감정이 실리지 않고 편향성이나 선입견이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라고 밝혔다.

"네오가 미국 S&P500지수를 예상하는데 수많은 변수 중 하나로 짐바브웨 물가상승률을 사용하더군요. 미국 증시에 짐바브웨 물가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느냐 의아했죠. 인간의 사고로 접근하면 이런 변수는 배제했을텐데 30년치의 데이터를 갖고 접근한 AI는 이걸 가져가더라고요."

신한AI는 AI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투자자가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또 다른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말하자면 통역가라고도 할 수 있다.

◆ 금융의 자동화, 인공지능으로 이룬다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신한AI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성우 기자]
신한AI는 출범하면서 먼저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았다. 투자자문업 라이센스로는 직접 펀드를 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펀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통해 출시했지만, 향후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직접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일임운용업 라이센스를 받아 로보어드바이저도 내놓는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준비해 거래소의 테스트베드도 거치고 내년 초 정도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라며 "사람의 손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퓨어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한AI는 초기 사명을 '신한AI 인베스트먼트'라고 정하려다, '인베스트먼트(투자)'를 떼고 출범했다. 신한AI의 업무 영역을 단순히 투자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공지능을 통한 금융의 오토메이션(자동화)'으로까지 넓히겠다는 포부가 반영된 것이다.

이미 신한금융그룹 전체에 사용할 AI 리스크 관리 모델을 개발 중인데, 올 4월 말께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등락폭에 따라 시장 리스크관리 경고 단계를 나누고, 앞으로 한달 뒤 증시가 급락할 것으로 AI가 판단하면 이에 맞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배 대표는 "앞으로 시장 예측 뿐만 아니라 컨플라이언스, 대출심사, 인사(HR)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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