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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쓴 맛 본 신동빈·정용진, 美 공략 가속


롯데, 화학·호텔·免 등 투자 확대…신세계, PK마켓 오픈으로 추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에서 쓴 맛을 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차기 주력 해외시장으로 미국을 낙점하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글로벌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2011년 미국 알리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진출,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 인수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이 3년여 만에 완공되면서 글로벌 석유화학사로 우뚝섰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롯데는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총 5개사가 미국에 진출해 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4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창출한 직접 고용 인원만 해도 총 2천여 명에 달한다.

특히 롯데는 미국 투자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협력을 이끌어 냈다. 케미칼 사업은 미국 현지 파트너인 웨스트레이크(구 액시올)와의 합작을 통해 기술 및 노하우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호텔과 면세사업은 각 지역 관광청과 협력 또는 지원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롯데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다양한 성과도 거뒀다. 특히 뉴욕팰리스호텔 인수로 시작된 미국 내 호텔사업은 국내 호텔업계 최초의 북미 시장 진출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롯데가 시설 리노베이션과 한국식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만족도를 높인 덕분에 인수 후 90%에 이르는 높은 객실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외교 이벤트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덕분에 '호텔판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세계적인 럭셔리 여행 평가 전문지 포브스트래블 가이드와 미국 시사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주관한 베스트 호텔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신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사업과 관련해 "좋은 투자였다"며 "전통이 있는 훌륭한 건물이니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롯데는 미국 호텔 추가 인수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롯데는 미국에서 면세점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입찰에 성공한 롯데면세점은 10년 운영 파트너로 선정됐으며, 현재 향수와 화장품, 양주, 선글라스, 시계 매장을 포함해 총 300개 이상의 국내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롯데의 괌 공항면세점 진출은 국내 업계 최초다.

롯데면세점은 괌 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운영 중이며, 면세점 운영을 통한 150여 명의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새로운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괌 공항면세점은 오픈 이래 연평균 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또 롯데는 화학 분야 대미투자도 적극 나서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미국 알라바마 공장에는 113억 원을 투자했고, 지난 9일 준공식을 진행한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에는 31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국내 단일 기업 투자액으로 2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은 북미지역의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과 70만 톤의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세계 7위 석유화학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미국과 다양한 사업분야 교류를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 상당한 시너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미 경제협력,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향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미국 PK마켓 조감도 [사진=이마트]
이마트 미국 PK마켓 조감도 [사진=이마트]

신세계도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현지 유통기업인 '굿푸드 홀딩스'를 3천75억 원에 인수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로스앤젤레스에 'PK마켓(가칭)'을 오픈할 예정이다. 굿푸드 홀딩스는 LA,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에 총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매출은 6천700억 원 정도다.

정 부회장은 올 초부터 로스앤젤레스 등 서부 지역 출장길에 올라 PK마켓 공사 현장 점검에 직접 나서는 등 미국 사업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 PK마켓은 LA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에 들어설 예정으로,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자체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K마켓은 식재료(grocery)와 음식점(restaurant)이 결합된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으로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업태다. 소비자가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면 바로 현장에서 조리해주는 곳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스타필드 등에 들어서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PK마켓에 미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아시아 식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미국 시장 공략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뼈아픈 실패와 무관치 않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사업이 타격을 받으며 마트, 백화점 등을 철수하고 있고, 신세계는 1999년 이마트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막대한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보호 등으로 안착하기 쉽지 않고 사업을 키우기도 어려운 곳"이라며 "중국에서 쓴 맛을 본 롯데와 신세계가 앞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국을 다변화해 나가려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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