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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또"…재벌 3세들의 일탈, 기업에 치명적


'갑질·마약' 등 사회적 물의 일으킨 금수저에 여론 악화…기업 가치 하락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마약법 위반으로 허희수(41) SPC그룹 부사장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면서 재벌가들의 경영 승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재벌 3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인성 검증도 없이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오너리스크가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PC 오너 3세인 허 부사장은 액상 대마를 외국에서 밀반입,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대마초의 진액 형태인 액상 대마는 특유의 냄새는 나지 않는 대신 환각성은 2∼3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부사장은 30세인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특히 2016년 허 부사장이 직접 미국에서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 버거가 인기를 끌면서 같은 해 10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대니 마이어 쉐이크쉑 회장을 만나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한국 진출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허 부사장이 공범들과 짜고 대만 등지에서 액상 대마를 몰래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밀수한 액상 대마를 흡연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또 대마를 밀반입한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조만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7일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SPC그룹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너일가의 일인 만큼 당장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SPC그룹은 결국 이날 오후 5시 30분쯤이 돼서야 그룹 내 허 부사장의 모든 보직을 박탈하고, 향후 경영에서도 영구 배제키로 했다고 공식 자료를 냈다.

SPC그룹은 "허 부사장 구속 건과 관련해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물의를 일으킨 경영진에 대해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경우는 있어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도록 조치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 한진 등 일부 그룹 오너가들의 상황을 보며 SPC그룹이 '경영 영구 배제'라는 강력한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을 파는 곳인 만큼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그룹 측에서 부담을 느끼고 이렇게 조치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SPC그룹은 그동안 불투명했던 승계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그동안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을 모두 경영일선에 두고 고민해왔지만, 이번 일로 장자 승계구도로 말끔하게 정리된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가 그룹 내 보유한 지분이 비슷하고 허영인 회장의 의중도 쉽게 드러나지 않아 경영 승계 구도가 불투명했지만, 허희수 부사장의 구속으로 허진수 부사장을 중심으로 사업이 빠르게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허희수 부사장이 주도해왔던 '쉐이크쉑' 등 SPC그룹의 신사업들은 제동이 걸리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역시도 탐탁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허진수 부사장이 그동안 경영 일선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않은 데다, 경영 능력이나 인성 등이 아직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PC그룹이 언제 또 '오너 리스크'에 빠질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PC그룹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앞서 '갑질 논란' 등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았던 일부 '재벌 3세'들의 사례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한진그룹 3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비롯해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대림그룹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한화가 3세인 김동선 씨 등이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한 후 2세가 그룹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반면, 3세들은 태어나면서 '금수저'였던 탓에 왜곡된 '선민의식'을 갖기 일쑤다"며 "이들이 경영에 참여해 초고속 승진을 거치며 '안하무인' 성격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 유독 갑질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도 '오너 리스크'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힘겨워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 전 전무의 갑질이 알려진 후 기업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고,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면허취소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3세들은 특권의식에 젖어 1·2세대에 비해 오너로서 책임감은 부족하고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우선 시 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검증이 안된 재벌 3세를 무조건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는 SNS 등 온라인으로 사건이 잘 드러나는 만큼 이전과 같이 '쉬쉬'하는 모습으로 재벌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기업 이미지만 더 나빠질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재벌 3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과거처럼 재벌가 만행이 묵인되지 않는 만큼 앞으로 오너일가가 갑의 태도를 버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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