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르포]경동시장 입성 '노브랜드'…상인 반응 '제각각'


일부 겹친 상품에 상인들 '냉담'…주차·편의시설 확대 없인 집객 어려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냉동이라도 겹치는 상품 없이 판다고 해놓고 물건을 넣어두면 곤란하죠. 우리도 냉동 상품 파는데 조금 불쾌하네요."

이마트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6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대표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에 입성하며 서울에 첫 발을 내딛었다. 5일 오픈한 이곳을 두고 대부분의 경동시장 상인들은 환영하는 모습이었지만, 일부 냉동상품이 겹친 것을 알게된 상인 몇몇은 불만을 표출했다.

이마트는 경동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냉동과일과 냉동축산을 제외한 일반 채소·과일·건어물·수산 등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는 냉동 수산물과 김·양념육·곡물 등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닭고기를 판매하는 한 점주는 "처음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우리가 파는 상품을 넣지 않는다고 해서 동의했다"며 "아직 둘러보지 않았는데 냉동 닭고기를 판매한다고 하니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냉동육은 판매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양념육을 파는 것은 조금 찝찝하다"면서도 "이곳에 많은 정육점들이 있고 경쟁을 하고 있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판매한다고 해도 크게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창열 이마트 CSR담당 부장은 "개별 상인과 협의된 것이 아닌 상인회에서 제안한 상품만 선별하다 보니 이런 불만이 제기된 것 같다"며 "앞으로 상인들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해 문제가 되는 상품들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부분의 상인들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환영을 표했다. 제품 구성이 좋은 데다 가격이 저렴한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계란 한 판의 경우 2천원 중반대였고, 차렵 이불은 9천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둘러본 한 상인은 "우리도 살만한 제품을 많은 가져다 놓은 것 같아 자주 올 것 같다"며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5호점으로, 지난해 7월 경동시장 측의 유치 제안을 계기로 8달간의 협의 끝에 오픈하게 됐다. 경동시장에는 현재 약 730여개 점포가 영업 중으로, 강원도와 경기 지역의 약재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인 청량리역에 인접해 있어 국내 최대 인삼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세월에 따라 점차 쇠락해 현재는 상권 60세 이상 유동 인구 비중이 5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젊은층의 발길이 뜸해져 공실률도 높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경동시장 전체 공실률은 10%이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신관은 2~3층의 공실률이 6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에 노브랜드가 오픈하면서 대부분의 점포가 운영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경동시장 신관은 인삼 매장과 의류 매장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또 이마트는 기존 점포들과 달리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타벅스 재능기부카페인 '카페숲', 동대문구 작은도서관, 어린이 희망놀이터, 고객쉼터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마트는 이번에 상생스토어를 입점시키면서 신관 2층 전체의 구성을 새롭게 짰다. 우선 기존에 비어있던 매장들을 철거하고 영업 중인 29개 인삼·패션 매장들을 고객 유입 동선 전면에 깔끔하게 정렬 배치했다. 또 기존 인삼 매장을 거쳐 상생스토어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바꿨다.

이곳에서 인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점포 내부가 깔끔하게 바뀌어서 손님들도 좋아할 것 같다"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오픈하면서 이전보다 젊은 사람도 많이 올 것 같고,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층 인삼 매장을 지나자 이마트가 곳곳에 마련해 놓은 휴식 공간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주부 고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어린이 희망 놀이터'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1회 사용료가 5천원으로,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사용료가 50% 할인된다. 시간 제한은 없으며 40~50명 정도 수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쇼핑 도중 고객들이 아이를 맡기거나 차를 마시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안성맞춤시장에서 어린이 희망놀이터를 운영해 본 결과 하루 방문 고객이 40~50명 가량이었다"며 "젊은 주부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키 테넌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경동시장에도 이를 선보여 젊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희망놀이터 왼편에는 고객들이 스타벅스 메뉴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 '카페숲'과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 있었다. '카페숲'은 스타벅스가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바리스타 교육, 매장 운영 컨설팅 등을 해주고, 운영은 경동시장 상인회가 맡았다. 수익금은 시장 상인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등으로 쓰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곳은 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 9번째 매장으로, 시장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상생스토어에 계속 입점할 지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지만 상생스토어에 첫 입점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카페숲과 함께 들어선 작은도서관은 동대문구가 기증한 책 2천여권이 배치돼 있었다. 곳곳에는 쇼핑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와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정동혁 이마트 CSR 상무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효과가 알려지면서 입점 문의나 공문 등 제안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도 상생스토어를 확대해 전통시장과 함께 공생의 길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재래시장 활성화 효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마트는 2016년 8월 당진어시장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8월, 10월에 구미선산시장점과 안성맞춤시장점, 여주한글시장점을 잇따라 오픈했다.

당진전통시장 문화관광형육성사업단이 조사한 당진어시장 노브랜드 유치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시장 공용주차장 월평균 이용 고객수가 2015년 2천153대에서 2016년 3천247대, 2017년 5천19대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진어시장 노브랜드 방문 고객 대상 조사에서도 노브랜드와 전통시장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고객 비중이 2017년 4월에는 62%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75%로 증가했다. 노브랜드만 이용하는 응답자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0%에서 3%로 감소하면서 노브랜드의 전통시장 집객 분수효과를 뒷받침했다.

동네마트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나란히 얼굴을 맞대고 개점한 안성맞춤시장도 '노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화인마트의 경우 일평균 방문객이 노브랜드 개점 전 550명 수준에서 700명 수준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또 분식집, 중식장, 네일샵, 스테이크 펍 등 청년상인 10여명이 입점해 '청년상인 창업거리'가 생겨나고 발길이 끊겼던 20대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는 등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구미 선산봉황시장 역시 24년간 공실로 방치돼 있던 곳에 17명의 청년 상인들이 입점한 청년몰과 함께 노브랜드로 새롭게 '상전벽해'했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이마트는 경동시장에도 '청년몰' 입점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승인 여부는 이달 7일에 결정난다.

이창열 이마트 부장은 "전체 상품 70%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성해 이들과도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경동시장점을 시작으로 강릉, 춘천, 대구 등 5개 이상 재래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더 오픈해 10개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동시장 일부 상인들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오픈해도 집객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시장 시설이 전체적으로 노후화 된 데다 젊은층이 이용하기에 주차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동시장 주차장은 현재 180여대 가량만 주차할 수 있게 돼 있다.

경동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젊은 층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지만 주차시설 확보가 되지 않은 데다 대형마트만큼 시설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니어서 집객 효과가 많을 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며 "전반적인 시설 정비가 우선 이뤄져야 젊은 고객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경동시장 입성 '노브랜드'…상인 반응 '제각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