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글로벌 가전 1위 목표 달성 문제 없나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최근 2년간 공식석상에서 매번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두 사장이 2년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나란히 내걸었기 때문이다. 국내 선두업체 위상을 글로벌로 넓히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까지 TV, 휴대폰처럼 세계 1위로 올려 완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싶었고, LG전자도 'LG 가전=명가'라는 공식을 글로벌로 확산해 위상을 공고히 하고 싶어했다.
올해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목표 달성 기한도 임박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매출로는 미국 월풀의 아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월풀이 올해도 무난히 연매출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삼성과 LG는 이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윤 사장과 조 사장도 지난해까지는 '순항중'이라며 목표 달성을 자신했지만 올들어선 '제품별 1위', '1군' 등의 표현으로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조성진 사장은 올 초 CES에서 "전체 매출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제품군에서 각각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은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부근 사장도 지난 10월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인수합병이 일어나서 매출 180억 달러(약 21조원) 정도였던 1위 업체가 250억 달러(약 29조원)까지 증가했다"며 "1위 매출 규모를 따라가기는 시간이 걸리지만 삼성전자 생활가전이 이제는 1군으로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월풀은 세계 최대 가전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을 홈그라운드로 하면서, 지난해 이탈리아의 인데시트 중국의 허페이산요까지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삼성과 LG가 매출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기엔 넘어야 할 벽이 더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삼성과 LG의 미완이 된 세계 1위 목표는 여전히 아쉽다. 또 매출을 논외로 하더라도 두 회사가 그동안 의지를 보였던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는지도 아직 물음표가 남는다.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700만원짜리 냉장고, 300만원 세탁기' 등 고가 마케팅을 펼쳤다. 영국의 다이슨이나 독일의 밀레가 고가 전략으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삼성과 LG의 프리미엄 전략을 두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구경만 하라고 내놓는 제품이냐'는 말도 나왔다.
유럽이나 미국 시장 공략에서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한 외산가전 업체 고위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지배력을 높이고 싶어하는 유럽에선 아직도 밀레와 일렉트로룩스의 아성이 높다"며 "유럽은 빌트인 기반에 대를 이어 같은 브랜드를 쓰기 때문에, 두 회사가 단숨에 프리미엄 전략 만으로 뚫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앞으로 가전 시장은 적자생존식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불발되긴 했지만 일렉트로룩스는 제너럴일렉트로룩스(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 했고, 월풀은 M&A로 덩치를 더 키우면서 더욱 쉽지 않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 성장률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LG는 당장의 가전 1위 목표는 차후에 달성하더라도 내년에도 프리미엄 전략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고, 가전 시장도 위축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가 제품군 판매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또 부품 사업부나 다른 계열사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도 모색하겠다고 자신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성장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수 있을 지, 또 프리미엄 전략으로 정글 같은 세계 가전시장에서 세계 1위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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