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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낮출 이유 있나요"…매물 쌓여도 호가 '요지부동'


서울 아파트 매물 10월 하순 기준 8.7만건…역대 최다 수준
금리인하 기대감 속 분양가 상승 현상 지속하며 가격상승세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물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까지 늘었다. 통상 매물이 쌓이면 가격하락이 가시화하게 마련인데, 집주인들의 희망 매도 가격인 호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319건으로 한 달 전(8만7319건)과 비교해 5.6% 늘었다. 아실이 집계를 시작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1년 전(7만8406건)과 비교하면 매물이 1만건 가까이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금천구가 13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3건) 대비 24.5% 늘었다. 이어 강북구(21.4%), 은평구(20.6%) 순으로 매물이 급증했다. 또한 수요자들이 선호해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을 이끈 서초구(20.1%), 강남구(19.5%), 송파구(15.1%) 등에서도 매물 증가세가 이어졌다.

아파트 매물 증가는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와 집값 상승 여파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951건으로 8월(7609건) 대비 34.9% 급감했다. 5월 5182건을 기록한 거래량은 △6월 6150건 △7월 9518건으로 늘어난 후 감소세다.

다만 매물 증가 속에서도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10월 4주(2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진 탓에 거래량이 줄어 집값 상승폭이 일부 줄었지만 지난 3월 이후 32주 연속 상승세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늘어나면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이 급매물로 주택을 처분해 집값이 하락한다. 하지만 지금은 매물이 급증하는데도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최근 1년 사이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인 금천구 단지들도 호가가 그대로다. 매물이 40건에서 70건으로 75.0% 오른 독산동 주공14단지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6억9000만원에 올라왔다. 2020년 11월 기록한 최고가 6억70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총 990가구 중 10% 이상인 103가구가 매물로 나와있는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용 84㎡ 평형은 지난 8월 26억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10월 31일 기준 호가는 층수에 따라 24억7000만~28억원 수준이다. 최저가인 24억7000만원 또한 지난 7월과 8월 거래된 25억원, 26억원을 제외하면 연중 최고가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호가가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을 뜻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6으로 전월 대비 3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기준치(100)를 웃돌아 소비자 사이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은 교육 환경과 양질의 일자리를 갖춰 다른 지역 대비 수요가 많다"면서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확률이 높고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만큼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나왔던 매물이 거래량 감소에 적체된 상태"라며 "서울은 매도자들 사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우세한 만큼 호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특징을 고려할 때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더라도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소장은 "매물이 늘어난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희망 가격대가 다른 탓"이라면서 "매도자가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큰 변화를 줄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매도자가 더 유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집값 상승이 이어지며 매수자와 매도자의 희망 가격 차가 커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우상향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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