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된 8개 법안이 여당의 철옹성에 막혀 재표결 과정에서 모두 부결됐다. 특히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은 앞선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이탈표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면서, '단일대오'의 견고함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을 비롯한 부결 법안 모두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쌍특검법을 비롯해 국회법, 농업 4법 등 8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지만, 통과 기준인 재석의원 3분의 2인 200명을 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됐다.
정치권에선 쟁점 법안인 농업 4법을 비롯해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감법 등 안건에 대해 일찌감치 '부결' 전망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물론, 야당 일부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및 세입 부수 법안들이 법정 기한인 11월 30일까지 심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여당은 앞서 이 법안이 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라는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출석의원 300명 중 찬성 186표, 반대 11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국정감사·조사 때만 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국회 안건 심사 회의, 청문회에서도 가능하도록 규정한 '국회 증감법 개정안'도 출석의원 300명 중 찬성 183표, 반대 115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정치권에선 해당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쌍특검법의 경우 야당에선 "재의결을 거듭할수록 이탈표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사실상 지난해 12월 12일 쌍특검법 통과 당시 나타난 여당의 이탈표와 비슷한 수준이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재표결 과정에서 '내란 특검법'은 총투표수 300표 중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고, '김건희 특검법'은 총투표수 300표 중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의 '부결' 당론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검법에선 최소 6명 이탈, 김건희 특검법은 4명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12일 쌍특검법 통과 당시 각각 5명, 4명이 여당에서 이탈한 것을 감안하면, 소신파 이외에는 이탈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내에서 양심·소신을 가진 의원이 불과 8명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도중 로텐더홀에서 진행한 규탄대회에서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국민의힘도 망하게 될 것"이라며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수사·처벌을 반대하는 것은 '반국가세력'이거나 독재 국가를 꿈꾸는 내란의 공범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9일 내란 특검법부터 순차적으로 재발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내란 특검법에는 '외환유치죄'를 포함시켜 설 연휴 이전에 재의결을 목표로 고삐를 당기겠다는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부결 법안 재추진은 물론, 관철될 때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내란 특검법을 다시 추진해 국민과 함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며 "오늘 부결된 민생 법안들도 다시 추진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망상에 사로잡힌 무법자들로부터 국민·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을 둘러싼 '거부권 정국'이 반복되면서 여야는 결국 합의안 도출에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검 후보 추천 배제' 등 소위 독소조항을 제거하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독소조항'을 제거한 특검법안에 대해 여당이 선제적으로 발의하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여당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헌 요소를 제거한 안을 가지고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보겠다는 의미로, (발의 여부는) 당내 논의 결과에 달려있다"면서 "우선 부결 당론에 함께한 의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 특검법은 내일(9일) 발의할 예정이지만, 이번에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일부에서도 '제3자 추천'을 언급한 인사가 많으니, 이번에는 압도적으로 가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까지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협상 과정에 참여해 논의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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