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비롯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문제 등 쟁점을 두고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 진영이 운명을 걸고 전면전에 나서면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변수인 이탈표 발생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1월 8일 '쌍특검법' 등 재표결…9일 대 정부 현안질의
1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양곡법 등 6개 법안과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다. 당초 지난 2·3일 예정됐다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취소된 대정부 질문도 포함돼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국회에서 1월 임시국회 일정과 쟁점 법안 처리 여부 등을 두고 맞서다가 이날 밤에서야 일정을 잡았다. 오는 8일 '쌍특검' 등 8개 법안을 재의결하고, 9일 비상계엄 사태, 경제위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과 관련한 대 정부 현안질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야는 그동안 여러 특검을 둘러싼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공방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시들한 분위기다. 특검은 곧 윤 대통령 탄핵으로 연결되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미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직후에도 '쌍특검법' 폐기
그동안의 이탈표가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네 번째 거부권이 행사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앞선 세 번째 특검법 재표결 당시(지난해 12월 7일) 여당 내에서 6명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지만 특검 찬성표가 재석의원 3분의 2인 200명을 넘지 못한 것이다.
'쌍특검법'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12일, 여당에서는 '당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검법에서 5명, 김건희 특검법은 4명이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별다른 반향을 부르지 못했다.
결국 '법안 거부권 정국'이 관성화 되면서 여당으로서는 자신감 얻은 눈치다. 최근에는 '특검 결사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쌍특검법에 대한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도 현재 특검법에는 반대하지만, 위헌성을 제거한 특검법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윤석열 방탄'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내놓은 '절충안'이다.
'尹 체포영장' 발부 후 여당 결집
정치권에서 이번 쌍특검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후폭풍도 꼽힌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여당의 단일대오는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보다 견고해졌고 지지율도 회복 추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 대비 3.8%p 상승해 34.4%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0.6%p 하락해 45.2%에 머물렀다.(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4.9%.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된 다음 일주일 뒤인 2016년 12월 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0%로 전 주 보다 5%p 상승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40%대 지지율은 1998년 3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직후 새정치국민회의가 45%를 기록한 이래 18년 만이었다. 반면,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15%에 불과했다.
'내란죄 탄핵사유 철회', 여당 내 파장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헌재에서 윤 대통령의 핵심 탄핵소추 사유인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쌍특검법 이탈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야당 주도의 국회가 '내란죄'를 철회하는 목적이 조기 대선을 위한 속도전에 맞춰졌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란죄 철회'를 "오로지 이 대표 재판보다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당기기 위한 암수"라고 비판했다.여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결국 쌍특검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야 합의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 비대위원장도 독소조항을 빼면 합의 표결할 의향이 있다고 한 만큼, 여야가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진 의원 사이에서도 '쌍특검 속도 조절론'이 머리를 들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이탈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표결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 속도 조절론'에 대해 "쌍특검을 재의결하고 신속하게 다시 특검을 발의하자는 것이 원내지도부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항상 재표결이 이뤄지면 (이탈표가 발생해) 통과될 것이라는 입장은 변함 없지만, 발생하지 않아도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이 당의 의지"라면서도 "특검법 수정을 여당이 원한다면 먼저 (수정)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맞고, 협상할 의지도 있지만 전혀 반응이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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