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가 합병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세계 완성차 업계의 지각변동과 관련이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속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약진하며 기존 레거시(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는 것.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닛산과 혼다는 합병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는 새로운 지주회사 설립과 지분 공유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아래 양사가 포함되는 방식으로, 그 과정에서 닛산의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가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 1위 업체인 토요타그룹을 제외한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 2~4위 업체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는 것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수준에 오를 전망이다. 이들 3사의 연간 통합 판매량은 800만 대를 넘어선다. 세계 판매 1위인 토요타는 지난해 1120만 대를 판매했고, 독일 폭스바겐은 924만 대를 판매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744만 대 판매고를 올렸다.
닛산은 실적 악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2026년까지 세계 닛산 직원 13만 명의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생산 능력도 20%가량 줄인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약 3000억 엔(약 2조8000억원) 줄일 계획이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가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10%도 미쓰비시자동차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닛산의 구조조정을 책임졌던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사임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가 강해지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중국의 신흥 완성차 업체들에 뺏겼고, 동남아와 유럽 시장에서도 강한 추격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남아 시장에서는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90%를 넘었지만, 전기차 시장이 확산하며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중국 전기차가 시장 1위에 오른 상태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
최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업체들 간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토요타와 BMW는 2013년부터 연료전지 구동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고, 올해 9월에는 미래 모빌리티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토요타는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수년 내 수소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양사는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 58억 달러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승용·상용차,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향후 배터리 원자재와 철강 등 차량에 들어가는 소재를 통합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대차는 토요타와의 적극적인 협업에 나섰다. 해외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토요타 산하 연구소 토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가 인공지능(AI) 기반 인간형 로봇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울러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만남을 이어가며 모터스포츠와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각자도생보다는 영리한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연구개발(R&D)과 생산공장 건설,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협업을 통해 비용은 줄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윈-윈' 전략이다.
과거 반도체 산업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자동차 산업도 치열한 경쟁 속에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과점 강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처럼 사이클을 타는 산업은 지금까지 업황에 따라 모든 업체가 함께 등락을 겪었지만, 앞으로는 경쟁이 심해지며 업황과 무관하게 주요 회사의 경쟁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온전한 레거시(기존)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그룹, 토요타, GM 등 3곳만 남았으며,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BYD를 더해도 도합 5개 사가 최상위 그룹을 이뤄 경합을 벌일 것"이라며 "사업이 온전한 3개 레거시 업체(현대·토요타·GM) 간의 협업 확대가 향후 경쟁 구도 재편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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