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 목적으로 추진해온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연방의회 통과 여부가 이르면 오는 20일(현지 시간)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공백을 메우며 성장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최근 '2025 국방수권법(NDAA)'에서 제외됐다. NDAA는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예산 투입 방향을 결정하는 법안이며, 매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법안으로 간주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해 국가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규제 대상은 중국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유전체 장비 제조‧분석 기업 B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MGI 등 5개 기업이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통과된 바 있다. 당시 하원 본회의 표결에 앞서 상·하원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했으며, 미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올해 안에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하원 규칙위원회 소속의 짐 맥거번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생물보안법에 특정 기업이 명시된 점을 문제 삼으며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 법안은 NDAA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생물보안법을 '예산지속결의안(Continuing Resolution)' 등 연내 통과되는 필수 법안에 포함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예산지속결의안은 자금조달 마감일을 연기하고 예산을 2024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하원의장 등의 강한 의지에 생물보안법이 여기에 유일하게 포함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생물보안법의 결의안 포함 여부는 오는 20일까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NDAA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대응하고 경제적 안보를 강화하는 목적의 조항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그 추진력이 아직 남아 있고, 올해 안으로 통과시킬 목표로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은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두로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보령 등이 사업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분야다. 생물보안법이 결의안에 포함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공백을 메워 매출 확대의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들은 2032년 1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들과 거래를 이어온 미국 기업들은 대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CDMO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기업 124곳 중 79%가 중국에 기반을 둔 CDMO 업체나 중국 소유의 제조업체와 최소 1개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높은 품질 기준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 여부는 시간 문제"라며 "다만 입법이 되더라도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스위스, 일본, 인도 등 대형 CDMO 업체와의 수주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능력과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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