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불성립 직후 그가 내세웠던 '질서 있는 대통령 퇴진안'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지면서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조만간 '윤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다시 입장을 틀 것으로 보고 있다.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나오지 못하면서, 당내에선 결국 탄핵 통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머지않아 한 대표가 현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 국정 안정화 TF는 11일 윤 대통령의 '2월 퇴진·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5월 대선'을 대통령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TF 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혼란을 줄이는 이 안으로 가야 한다'고 지도부와 의총에 보고했다"며 "이제 지도부에서 대통령실을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 오늘은 설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권에 따르면, 이를 받아 든 대통령실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어쨌든 하야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탄핵으로 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본인이 (2~3월 하야보다) 법정 다툼을 통해서라도 한번 해보겠다. 이런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전날 저녁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 대다수가 해당 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비윤(비윤석열)계는 '하야 기한이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한 조기 대선' 등을 주장하는 친윤(친윤석열)계의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김상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2~3월 퇴진에 반대한다"며 "즉시 하야는 찬성하지만 조기 하야는 기한도 불확정적이고, 또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황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질서 있는 퇴진안'이 동력을 잃자 이를 처음 주장한 한 대표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그는 전날 저녁 의총에서 해당 안을 설득하면서도 "탄핵 말고 사실상 대통령 권한을 뺏을 방법은 없다. 2∼3개월 (대통령 퇴진을) 미뤄도 군 통수권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남아있다"고 안의 맹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본회의 종합질의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미국에 특사를 보낼 권한은 누가 갖고 있나'라고 묻자 "군 통수권과 함께 외교 권한도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오는 14일 열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이 줄을 잇고 있다. 김상욱·김예지·안철수·조경태 의원에 이어 이날 낮엔 김재섭 의원도 표결 참여와 함께 탄핵 찬성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의 숫자는 더 많은 만큼, 토요일 전까지 이탈표 8표가 나오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분위기를 감지한 한 대표가 조만간 탄핵 찬성으로 다시 돌아설 것이라는 말도 이날 당내에서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오후 당대표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탄핵 관련 기존 입장을 바꿨느냐'라는 질문에 "그 내용에 대해선 곧, 오늘 내일 중 (한 대표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향적으로 봐도 되나'라는 말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14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한 대표는 당장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다는 강력한 당내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당 다선 의원은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되면) 당대표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자동으로 한 대표가 거취 압박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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