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도입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상한을 없애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과거와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기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요금 틀림없이 내려"...결국 10년만에 폐지 수순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소비자가 어떤 조건으로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동일한 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일부 소비자들이 차별 없이 저렴한 통신 요금을 누리게 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사업자 간 경쟁이 비활성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단통법을 추진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간이 지나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며 오히려 국민이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살 기회가 제한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올해 1월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1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단통법 폐지법률안'과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들은 여야 합의로 마련되어 과방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탄핵 국면으로 본회의가 중단됐지만, 본회의가 열린다면 통과가 유력시된다.
이번 개정안은 단말기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이동통신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만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경우 통신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되어 소비자 혜택이 유지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대해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사업자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용자 통신비용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10년전과 시장상황 달라…업계는 "보조금 전쟁 없을 듯"
다만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통법이 도입되기 직전 2013년 당시 이통3사는 LTE 요금제에 가입 유치를 위해 치열한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통신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통신사들에게 과징금 조치를 내렸으며, 결과적으로 한 해 1000만건이 넘는 번호이동이 일어났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에 뛰어든 목적은 가입자당평균수익(ARPU) 상승을 꾀함이었다. 3G에 비해 가입자당평균수익(ARPU)가 높았던 LTE 요금제에 가입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실행한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선 번호이동 경쟁을 통해 결과적으로 고객 수의 변동이 없더라도 ARPU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기 때문에 남는 장사였다.
통신사 보조금 경쟁과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의 판매 장려금 경쟁도 한몫 했다. 당시 보조금은 제조사 판매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구성됐고, 전체 보조금에서 제조사 장려금의 규모는 중요한 요소였다.
201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기술부)는 "제조사 장려금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널뛴다"며 제조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실제 2014년 초에는 제조사 장려금 경쟁 때문에 당시 최신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4-LTE 보조금이 99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LG와 팬택의 추격을 삼성전자가 삼성 단말기 판매가 적은 LGU+를 제외하고 SK텔레콤과 KT의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 독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제조사 장려금은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17년 팬택,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데다, 강력한 라이벌인 애플은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삼성 입장에서도 판매 장려금을 늘릴 명분이 사라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돈을 써서 가입자를 불리는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가고 있다"며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보조금 전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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