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과 롯데 화학군의 2025년 임원인사 방향이 크게 엇갈려 주목된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을 유임하고 임원 인사도 소폭에 그치면서 '안정속 혁신'을 추구한 반면 롯데 화학군은 총괄 대표에 이영준 신임 사장을 선임하면서 기존 CEO 13명 가운데 10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
업계 전문가들은 "LG화학의 경우 전지소재·친환경·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을 다소나마 비켜갈 수 있었지만, 롯데 화학군의 경우 기초화학제품에 집중돼 있어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더 컸고,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며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1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신학철 부회장의 교체 여부와 석화 부진에 따른 인사 쇄신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유임됐고 인사 폭도 소폭 변화에 그쳤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본부장에는 김상민 전무를 선임했고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13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 부회장이 유임된 것은 LG화학이 전략적으로 발표한 3대 신성장 동력 계획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LG화학의 3대 신성장 동력을 제시하며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매출을 신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지소재·친환경·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신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사업 재편안은 특히 전지소재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이니켈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R&D를 추진해 오는 2030년 전지 매출을 3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3대 신성장 동력 육성은 석유화학 시장 경기에 덜 민감한 방향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려는 전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유임은 LG화학이 첨단소재, 전지소재에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롯데 화학군은 고강도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 28일 롯데그룹은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 화학군을 이끌 총괄 대표에 이영준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재임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던 이훈기 사장은 악화한 실적에 책임을 지고 용퇴했다. 특히 화학군 13명의 최고경영자(CEO) 중 10명의 인사를 교체하며 그야말로 인사 물갈이를 진행했다. 60대 이상 임원 80%가 퇴임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롯데 화학 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은 현재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태다. 지난 3분기 롯데케미칼은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됐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고 이 탓에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한 실적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초화학제품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스페셜티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 사장은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전형적인 '화학통'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 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을 거쳤고 롯데그룹에 합류한 이후에도 케미칼과 첨단소재 부서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화학 제품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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