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상공인 목소리를 지렛대 삼아 정부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반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 나섰지만, 정부가 헌법상 '예산 증액 동의권'을 가지고 있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민생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김동연 경기지사·김승원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이재준 수원시장 등이 참석해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날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민주당에 두 가지를 요청했다. 하나는 '지역화폐' 예산 확보다. 이들은 코로나19 당시 지역화폐가 실질적인 매출액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은 0원"이라며 "민주당이 민생정당으로서 전통시장·골목상권·소상공인 삶의 터전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1조원 정도는 확보해 줘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대출금 상환 연장이다. 경기가 어려운 탓에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다. 송철재 수원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00만명 폐업 시대인데, 원리금 납부 때문에 폐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그분들이 폐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도록 원리금 납부에 대해 국회에서 연장해 주거나, 10년 단위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요청에 호응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지역화폐에 대해선 모두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 유효성도 공식적인 연구 결과로 다 확인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은 죽어라고 하고 안 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2조원으로 증액한다고 결의는 했는데, 정부가 동의를 안 하면 못한다"며 "민주당도 노력하고 여러분도 (정부에) 요구해서 (해당 예산을) 증액하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이 진 빚과 관련해서도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고 탈출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 하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계속 고민하는 의제고 상환유예, 근본적으로 탕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경기지사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여러분들이 민생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겪고 계실 것"이라면서 "제대로 된 경제 인식 속에서 제대로 나아가야 할 경제정책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여러 가지로 역주행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 경기도당위원장도 "민주당은 여러분께 필요한 예산 정책을 꼭 만들어 낼 것"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살려서 국비지원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제1당을 차지해 입법 독주를 하던 민주당이 예산안에 대해 민생 현장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청취하는 등 여론전에 나선 것은 지역화폐 증액 단독 처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산 심사권을 가진 국회가 예산 증액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전날 국회 행안위는 야당 단독으로 정부가 전액 삭감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을 2조원 증액 의결했다. 해당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만 남은 상황이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역사랑상품권 발생은 한시적 국비 지원 목적이 달성된 점을 감안할 때 정부로서는 증액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 만큼 현재로선 민주당의 뜻대로 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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