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최근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핵심 과제들을 챙기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을 주도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계와의 방산 협력을 언급한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특히 방산 부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조선업 기반이 무너진 지 오래"라며 "미국 조선소 시설은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산업 내 핵심 인력들도 계속해서 유출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이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와 조선업 기반을 잘 유지해 왔다는 것"이라며 "과거 미 해군은 인력 문제와 해군력 유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나, 최근엔 건조 능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에 주어진 기회는 미국의 함정 MRO 사업 수주다.
지난 9월 미 해군 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프로젝트 33'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오는 2027년까지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전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계획의 7대 실행 목표 중에는 함정, 잠수함, 항공기 유지보수 지연 해소가 포함돼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에 우선적으로 협력을 요구한 부분은 MRO와 군함 생산이었다"며 "미국이 현재 가장 급한 사안은 군함과 관련된 MRO와 군함 생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미국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성과를 낸 조선사는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위한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고 8월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 MRO를 수주했다. 또 상선은 현지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에 따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인수 작업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현재까지 미국과의 MRO 사업 수주 성과는 없지만 이른 시일 내에 본격적으로 MRO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MSRA를 획득하고, 미국선급협회(ABS) 및 국내 정비 전문업체, 중견 조선소 등과 함정 MRO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상선 물량이 꽉 차 있어 도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노후 함정에 대한 MRO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조만간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 9월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서 미군 함정 MRO 수주 가능성에 대해 "특수선 야드를 가동하고 있으며,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MRO 수주를) 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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