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를 열며 '대정부 투쟁'의 서막을 올렸다. 당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당원들을 결집시키며 '정권 퇴진' 분위기에 불을 붙이길 원했지만, 이러한 바람과 달리 시민들은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2일 민주당은 서울역 인근에서 진행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지난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명태균씨 통화 파일'을 공개하면서 국민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직후 진행된 장외집회인 만큼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시작한 집회 행렬은 숭례문(남대문)을 넘어 시청까지 약 1km 정도 이어졌는데,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경찰 추산 1만7000여명)의 당원·시민이 모이며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민주당 당원과 지도부의 발언은 경쟁적으로 강도를 높여갔다. 행사 도입부에 배치된 '당원·시민 발언대'의 첫 주자로 나선 봉건우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주권자가 누구인지 보여줘야 할 때"라며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원과 시민을 향해 "이 정권을 우리가 다 같이 엄벌하고 단죄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당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파란색 피켓을 흔들며 호응했다. 이어 대표적 민주당 지지자인 배우 이원종씨도 단상에 올라 "이제 때가 됐다"면서 대정부 투쟁 분위기를 띄웠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탄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정권 퇴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인정할 때까지 함께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라며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할 때까지 불의하고 반국민적인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거짓말과 불법으로 점철된 불의한 권역을 심판하는 길에 국민 여러분이 함께해 달라"라고 했고,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촛불로 승리했듯 민주가 승리하고 국민이 승리하고 공화국이 승리하기 위해 민주공화의 적들이 잠시 벌린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공화를 다시 선포하자"면서 시민들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당원들도 지도부의 말에 "파이팅합시다! 몰아냅시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아이뉴스24>와 만난 당원들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한 50대 여성(민주당 당원)은 "나라가 망해가는 게 느껴진다"며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음성파일에 대해서는 "예견된 결과"라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윤 대통령 부부는)범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 무효 소송까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여성(민주당 당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하는 행동들이 나라를 정말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다"며 "집회가 필요했는데,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심하다"면서 "당연히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의 생각과는 달리 일반시민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섣불리 '탄핵·정권퇴진'을 언급하진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은 "너무 정쟁 위주로 흐르는 것 같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게 맞아 아직은 '좋다 나쁘다' 판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적어도 확실한 입장 표명은 해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신뢰가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20대 여성 역시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많다고 본다"면서도 "10년 전에도 이런 식으로 다 같이 모였지만, 문재인 정권에서도 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정쟁만 벌여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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