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전 '김건희 특검법' 등 처리에 실패했지만 명절 밥상에 김건희 여사를 올리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명절 직전 나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판결과 김 여사의 공개 행보를 활용한 영향이다.
지난 15일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명품백 수수·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공천 개입 의혹 등 무수한 의혹 앞에 선 김 여사가 국민께 드리는 한가위 선물이 '파렴치한 활동 재개'냐"고 비판하며 김 여사 때리기에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추석 전 본회의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처리해 추석 명절 이슈를 선점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동으로 인해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 의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데 집중하자"며 "특검법안 등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했다. 당장 추석 의료대란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쟁점 법안' 처리보다 '의정갈등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여사를 추석 명절 이슈의 중심에 올리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회 본회의 법안 상정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제가 국회 일을 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까지 시급하게 마친 법안을 의장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사례는 처음 본다"며 "법사위까지 마친 법안을 개인의 권한으로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19일로 (법안 처리가) 일주일 미뤄지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검법 처리가 무산되면서 명절 이슈는 '의료대란'에 맞춰질 걸로 예상됐지만, 예상외로 김 여사가 그 중심에 서게 된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주(錢主)인 손 씨에 대해 시세조종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전주로 의심받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의 잇따른 공개 행보도 공세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고, 이에 앞서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한 한가위 명절 메시지 영상이 공개됐다. 10일에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경찰과 함께 방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은 필연"이라며 "김 여사의 혐의는 손씨와 비할 바 없이 엄중하며, 이제 어떤 핑계를 대도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경찰과 함께 순찰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지시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대통령 놀이를 시작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다른 야당에서도 거들면서 이슈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13일) SBS라디오에서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을 두고 "의전이라는 것도 정무적 판단이 되게 중요하다"며 "업무지시를 하기 시작하면 그건 조금 난감한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한 것을 의전하시는 분들이 생각을 못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소위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세금도 쓰고, 경호인력도 쓰고, (마포대교를) 가서 지휘도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라서 (명품)백을 받은 게 뇌물이 아니다"라고 꼬집으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판결도 있는 등 (추석 명절 기간) 특검 처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더 커질 거라고 본다"고 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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