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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다 싶으면 또…여야, 본회의장 '딴짓' 삼매경


"부탁한 환자 수술 중"…인요한 "감사감사"
與, 윤 대통령-권성동 '체리따봉'으로 이미 곤혹
野, 권인숙 '체스 게임'·김영주 '일본 골프여행'
"지도부 차원 징계는 어려워…개인 조심할 문제"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 문제가 극에 달했단 평가가 나온 지난주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이 됐다. 지난 5일 오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지도부 일원인 인요한 최고위원이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던 것이 취재진에 포착된 것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 휴대폰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짤막한 문자였지만 정치권에선 큰 파장이 일었다. 의사 부족으로 일반 국민들은 응급 상황에 처해도 재빠르게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 의사 출신인 그가 지인의 '수술 청탁'을 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 최고위원은 문자 내용이 언론을 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인도 아니고 어떤 목사님이 '모 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됐는데 그 의사가 믿을만 하냐'고 연락이 왔다. 그 의사를 아는 사이라 전화 한 통 했다"며 수술청탁 지적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엔 "법적인 해석은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야권은 총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튿날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모두발언 대부분을 인 최고위원 비판으로 채웠다. 황정아 대변인은 "국민은 '응급실 뺑뺑이'를 하고 있는데 집권당은 뒤에서 '응급실 특권'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라면서 인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7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현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사진이 찍혀 곤욕을 치르는 사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이에 본회의가 열리고 의원들이 입장하면, 2층 방청석 난간 앞쪽에 위치한 언론 카메라들이 의원들의 '딴짓'을 찾고 있다.

이렇다 보니 5선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열린 소속 의원 워크숍에서 초선 의원들에게 "휴대폰에 보안 필름을 꼭 붙이라"고 강조하는 등 당 차원에서 신신당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는 초선 의원들과 알림이 울리면 즉각 반응하는 게 습관이 된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본회의장에서 무방비 상태로 휴대폰을 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022년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직전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사례는 여럿 있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사진은 2022년 7월 26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 받던 텔레그램 화면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뒀음에도, 대선 과정에서 촉발됐던 윤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대표 간 '당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좌충우돌하던 시기였다.

이 대표는 해당 문자가 공개되기 전인 '성 접대 의혹' 관련 경찰 수사(최종 무혐의 결론)로 윤리위원회에 의해 6개월 직무 정지 처분을 받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직을 내려놓지는 않았고, 배현진 당시 최고위원을 위시한 지도부 내 반이준석계가 줄사퇴하며 사실상 이 대표 체제 와해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 우리 당이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권 당시 직무대행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재차 체리가 '따봉'을 날리는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해당 텔레그램은 '체리따봉'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이 대표가 징계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줄곧 '윤리위와 대통령실을 엮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해당 사진의 공개로 윤 대통령의 '노 프라블럼(No Problem)' 고수가 무색해졌다는 말이 줄을 이뤘다.

2022년 11월 10일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본회의 도중 스마트폰으로 체스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뉴데일리 제공]

민주당 역시 본회의장 카메라 셔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22년 11월 10일 초선이던 권인숙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 도중 스마트폰 체스 게임 삼매경에 빠진 게 언론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 의원은 회의 산회 직전까지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또 당시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되지 않았을 때로,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특히 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권 의원은 이에 오후 입장문을 내고 "본회의장에서 게임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반성한다고 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 '딴짓'이 카메라에 잡혀 큰 파장을 낳은 사례는 적지 않다. 권 의원은 '체리따봉' 사건이 있기 한참 전인 지난 2014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중 수영복을 입은 한 외국 여성의 사진을 검색하다 취재진에 들통이 난 바 있다.

김영주 당시 국회부의장(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6월 30일 본회의장에서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일본 골프 여행 일정을 상의하던 것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진땀을 뺐다. 앞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을 위한 국회 결의안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지 몇시간 안돼서 였다.

당은 '사진이 찍히는 건 개인이 조심할 문제고, 문자 내용을 토대로 한 지도부 차원의 징계를 내리는 것 역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인 최고위원 문자 논란 관련 당에서는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좀 더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문자 내용을 보면 실정법 위반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가급적이면 그런 내용이, 특히 본회의장에서 포착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개개인이 안이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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