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당대표 후보로 공식 출마했다. 그는 당 내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며 '일극체제' 정점인 이재명 전 대표를 직격했다. 차기 당대표가 사실상 이 전 대표로 기운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김 후보는 세종특별자치시의회에서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화해와 통합, 연대와 연합을 지향했던 김대중 정신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노무현 정신도 민주당에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지 오래"라고 시작부터 날을 세웠다. 이어 "당대표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 출마로, '이재명 추대'로 점쳐지던 민주당 대표 선거가 막판에 2파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차기 당권은 이 전 대표로 추가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4·10총선 이후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대표의 대선 1년 전 사퇴 시한에 예외를 뒀다. 사실상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없애 범야권 '유력 잠룡'인 이대표를 위한 길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당대표 선출 방식 변경도 당심을 껴안은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8·18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의 반영 비율과 시·도당위원장 선출 방식을 결정했다. 당대표 선출시 기존 투표 반영비율은 대의원·권리당원·국민여론조사·일반당원이 각각 30%, 40%, 25%, 5%였지만 이번에는 대의원·권리당원·국민여론조사가 각각 14%, 56%, 30%로 바뀌면서 권리당원의 비율이 확대 반영됐다.
이 때문에 고전이 불가피 한 상황에서 출마한 김 후보의 목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현재 이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직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사법리스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오는 10월쯤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권가도 역시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경우 벌금 100만원, 위증교사죄는 금고 이상의 형이면 이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도 또 다른 대권주자를 모색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 후보는 친노(친노무현) 혹은 친문(친문재인)계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력화를 이룰 거란 전망이 많다. 친문계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있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실형에 따른 복권 문제가 걸려 있다.
전문가들도 김 후보 출마 배경에 대해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상황이 급변할 경우 대안으로 부상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번 출마가) 이재명 1인 체제로 가는 거에 대한 역풍을 막기 위한 약속대련이라는 논란이 있다"면서도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전 대표의 중도 탈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전 혁신당 대표 등이 친노·친문계 적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도 작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가 출마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을 사당화 논쟁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대선 주자 이재명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되는 데 최대한 도울 것이지만, 만약 이재명 외에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는 자기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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