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정부가 이달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준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반환보증 기준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데, 보증기관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6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3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편의 효과와 향후 임차인 보호방안' 보고서를 최근 펴내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를 공시가 기준 126%에서 135%로 상향할 것을 제언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90%로 유지하는 대신 1순위로 적용되는 '공시가격의 140%'를 150%로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를 공시가의 150%에서 126%(공시가ⅹ140%ⅹ90%)로 축소했다. 이에 공시가격이 1억원인 주택의 경우 이전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는 전세금 한도가 1억5000만원에서 1억2600만원 이하로 줄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월세 가격 상승과 함께 비아파트 역전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2년 전 계약한 세입자보다 낮은 보증금을 받고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만큼 임대인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3일 비아파트주택의 반환보증 가입 한도는 유지하면서 임대인이 공시가격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감정가를 대신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감정가가 공시가보다 높은 만큼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요건을 완화한 셈이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실제로 시행되더라도 이의신청부터 최종 감정평가까지 시일이 소요되어 적기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려는 임차인을 지원하는 데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에 속한 것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제도의 신뢰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의 특성이 상이해 정확한 가격정보를 산출하기 어려운 비아파트 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기준을 1순위로 적용하는 것은 유지하되 반환보증 가입요건은 공시가격의 126%에서 135%로 조정해 임차인에게 '반환보증 거절'이라는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보증기관 재정악화 우려...현실적 보증료·보증기준 세워야
다만 전세금 반환보증 기준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수년간 이어지는 집단 전세사기 피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사업 담당 기관의 부담이 커졌고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성급한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HUG가 발표한 '2023 업무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임차인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것) 금액은 3조5544억원으로 2022년 9241억원의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4월까지 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24억원)보다 55.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HUG는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다만 주택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회수한 자금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22년 주택보증금 반환보증 회수액은 2179억원으로 대위변제액의 약 24%를 회수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회수액이 5088억원에 그치며 14% 수준에 그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전세사기가 다수 발생한 원인 중에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완화된 점도 있다"면서 "다시 한번 보증 기준을 완화하면 보증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해 논의하기 전 적절한 보증료와 보증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금 반환보증 문제가 확산한 이유는 위험한 물건과 수익이 나오지 않는 물건을 전세보증해주면서 발생한 탓"이라면서 "전세보증에 대해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위험한 물건에 대해 보험료를 더 받고 너무 위험한 물건에 대해 보증을 받아주지 않는 현실적인 기준을 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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