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체감경기 부진 속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과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꾸준히 역량을 키우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에서 탈출한 기업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 존림 대표 취임 이후 실적 '질주'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실적이 눈에 띈다.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4조5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9% 성장해 1조3201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가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는 압도적인 생산능력과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연간 수주 금액이 5조4000억원에 달했다. 누적 수주 총액은 176억 달러(약 25조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하며 연초부터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14일 유럽 소재 제약사와 14억1011만 달러(약 2조74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 전체의 40%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톱티어 바이오 회사로의 도약 전략을 공개했다. 2025.01.2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c1795e2ca53118.jpg)
이 같은 성과에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수주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020년 12월 취임 이후 '초격차 전략'을 내세워 매년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바이오는 2019년까지만 해도 고객사가 3곳에 불과했으나, 존림 대표 취임 이후 현재 17곳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8만L 규모의 5공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의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L로 증가해, 업계에서 압도적인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여기에 더해 18L 생산능력을 갖춘 6~8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유한양행, 전통 제약사 최초 '2조원' 새역사…렉라자가 '밑거름'
제약 산업은 높은 진입 장벽과 복잡한 규제, 그리고 장기간의 연구개발(R&D) 과정이 필수적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15년이 걸리며, 성공 확률이 낮아 막대한 연구비용만 투입되고도 매출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바이오와 같은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은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생산해 수익을 얻는 구조지만, 자체 신약을 개발해 매출을 내야 하는 전통 제약사들은 수익을 창출하기가 더욱 어렵다. 큰 예로 한미약품은 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튜타이드'를 얀센에 기술이전했다가 반환된 바 있다.
이러한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 중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2조67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1.2% 성장했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승인받으며 라이선스 수익이 증가한 것이 주요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톱티어 바이오 회사로의 도약 전략을 공개했다. 2025.01.2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9ee750adf20c12.jpg)
그러나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 증가와 종속기업 이익 감소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3.8% 줄어든 5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 업계에서 전망했던 92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실제 유한양행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금액은 2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63.1%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1196억원을 예상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상상인증권은 전년 대비 153.7% 증가한 1210억원을 전망했고, iM증권은 1212억원을 제시했다.
특히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J&J)은 렉라자 병용요법의 올해 미국 내 매출 목표를 50억 달러(약 7조원)로 설정했으며,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렉라자가 유럽 내 국가별 출시 조건을 충족하면 올해 상반기 내로 3000만 달러(약 44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시장에서도 2분기 내로 품목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출시 마일스톤으로 1500만 달러(약 210억원)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장민환 iM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실적이 부진하지만,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는 레이저티닙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국에서 허가가 완료된 이후 레이저티닙의 마일스톤 및 로열티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령, 오너 3세 김정균 체제로 '조 단위'로 퀀텀 점프
보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초 목표로 내세웠던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조171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705억원, 당기순이익은 81% 증가한 72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당시 5000억원 규모였던 매출이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실적 향상 배경에는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과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영향이 컸다. 보령은 지난해 1월 HK이노엔과 협약을 맺고 각 사의 신약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현재 보령은 자사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과 케이캡을 함께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매년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카나브의 실적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654만2458명이었다. 이후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747만4034명으로 집계됐으며, 5년 동안 약 93만 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톱티어 바이오 회사로의 도약 전략을 공개했다. 2025.01.2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c0f9b22dad6c76.jpg)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경영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김승호 보령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1985년생으로 제약업계에서 보기드문 젊은 오너 3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2014년에 보령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2019년 보령홀딩스, 2022년 보령 대표이사(사장)에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책임지고 있다. 취임 이후 특허 만료 의약품 인수, 개량 신약 및 최초 복제약 개발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CDMO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며, 대만 로터스와 세포독성 항암제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 측은 "지난해 불확실한 외부환경과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도 당사는 모든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올해는 공동판매 제품을 활용해 시장 범위를 넓히고, 수익성 높은 자사 생산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동·부광, 수년간 이어진 적자에서 드디어 벗어나
경영 효율화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 조정에 성공한 중견 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했다. 일동제약은 4년 만에, 부광약품은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경영 효율화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 조정에 성공한 중견 기업들도 흑자 전환을 이루며 수익성을 개선에 성공했다. 일동제약은 4년 만에, 부광약품은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5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539억원 적자에서 큰 폭으로 반등했다. 비타민제 판매 증가와 R&D 부문의 사업구조 효율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R&D 부문을 100% 자회사인 ‘유노비아’로 분사하는 등 체질 개선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부광약품도 지난해 매출이 1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성분명 알티옥트산트로메타민염)'와 '치옥타시드(성분명 티옥트산)'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comment--
셀트리온은 쏙뺐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