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8000원가량의 구독료를 내는 게 어떻게 보면 부담이지만, 쿠팡 없는 삶을 생각해봤더니 불편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오늘도 쿠팡으로 장을 봤는걸요."(서울 송파구 거주 20대 유모씨)
"로켓배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했는데, 구독료가 빠져나갈 때마다 비싸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웬만한 플랫폼들이 주7일 배송을 하는 만큼 탈퇴했어요."(서울 관악구 거주 30대 전모씨)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126f3557e54ad.jpg)
배달의 속도와 품질, 즉 물류 경쟁력이 고객 만족도로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다.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이 시작되면서 이젠 휴일도 없어졌다. TV홈쇼핑부터 패션기업, 편의점까지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며 소비자 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생존을 위한 '배송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시장을 장악한 쿠팡과의 대결에서 어떤 플랫폼이 존재감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배송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새벽배송이나 주말배송을 도입한 것이다.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은 '스타배송'에 일요일 배송을 도입했고, CJ온스타일도 '오늘오네', '내일꼭오네', '일요일오네' 등을 통해 주 7일 배송을 전국 권역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오늘 도착'과 '일요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이 '빨간날' 배송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CJ대한통운이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부터 주 7일 배송과 새벽배송을 시작했는데, 고객사들은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변질 우려가 있는 신선 식품의 주말 배송도 가능해졌다. 이미 주요 기업 가운데 11번가와 롯데온을 제외한 대부분이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하고 있다. 사실상 '반(反)쿠팡 연대'의 경쟁력을 CJ대한통운이 쥐고 있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 도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쿠팡이다. 쿠팡이 성장할수록 다른 플랫폼인 고객사가 위축되며 택배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CJ대한통운은 빠른 배송을 보장하면 쿠팡 고객이 다시 옮겨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월 구독료를 내는 '와우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만큼, 주 7일 배송이 온라인 시장 전역으로 퍼지면 '탈팡족'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철옹성 같은 '쿠팡 천하'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산출한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별 연간 신용카드 결제 추정액을 보면 쿠팡은 35조3726억원으로 1위다. 2위인 G마켓(4조9599원)과 차이가 8배 가량에 달한다.
이어 3위 11번가(4조1268억원), 4위 SSG닷컴(3조2570억원), 5위 컬리(1조6841억원), 6위 옥션(1조3922억원), 7위 알리익스프레스(1조3517억원) 순이다. 이들 6개 업체 실적을 다 합쳐도 쿠팡에 훨씬 못 미친다.
택배 시장에서도 쿠팡은 1인자다. 2020년까지만 해도 CJ대한통운이 물량기준 점유율 50.1%로 압도적 선두였지만, 2023년부터 30%대로 낮아지더니 지난해 1분기 쿠팡로지스틱스(34.8%)에 밀리며 2위(29%)로 떨어졌다. 쿠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7년까지 3조원을 물류에만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읍면리와 산간벽지 지역에도 쿠팡 대리점망을 구축 중이다.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739b9366e156b.jpg)
궁극적으로 시장은 판매망과 물류망을 모두 지닌 쿠팡과 CJ대한통운·타 플랫폼 연합의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주 7일 경쟁 구도를 띄운 반쿠팡 연대의 전략이 고객 주문으로 연결될지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미식관'의 유명 커피·디저트를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새벽배송으로 제공하는 데 나섰다.
또 빠른 배송에 뒤따르는 반품이나 교환, 환불 체계를 쿠팡처럼 구축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을 이용하지만, CJ대한통운과 협업하는 업체는 위탁 체계인 만큼 플랫폼 정책에 따라 다르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배송이 기준점이 된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들의 편의성이 올라가면 소비자들도 다른 요소를 종합해 비교를 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 쿠팡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내더라도 익숙한 플랫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며 "쿠팡에 대응하는 배송 경쟁력을 원하는 주요 이커머스, 홈쇼핑 업체 등에서 함께 사업자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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