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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카오스] ① "막는건지 마는건지"…오락가락 '디딤돌'


정부, 저금리 정책대출 깜짝 규제 후 유예하며 혼선 자초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정부가 저금리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 집값 급등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어하겠다는 취지에서 대출 규제 강화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디딤돌 대출 규제 강화 방침을 전격 재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은행들에는 생애최초 담보인정비율(LTV)을 80%에서 70%로 줄이고 방공제(소액임차보증금) 필수 진행 등 디딤돌 대출을 일부 규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디딤돌 대출 한도를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일부 은행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했는데, 불과 며칠만에 다시 방향을 틀어 혼선을 빚었다.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생애최초·2자녀 이상 가구 7000만원, 신혼부부 8500만원)이하인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이하(읍·면 지역 100㎡ 이하) 주택을 사면 최대 2억5000만원(생애최초 3억원, 신혼부부·2자녀 이상 가구 4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낮아 실수요자 사이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을 받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까지 받자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9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잠정)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전월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하며 8월 기록한 3억9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자체 대출 증가세가 8월 6조4000억원에서 9월 4조원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다만 정부의 갈짓자 행보에 부동산 시장은 혼란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8월 디딤돌과 버팀목(전세)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올리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데 이어 한도까지 줄이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시갑)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서민을 위한 상품인데 정부의 대출 규제로 서민들은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에서 1억원을 추가로 구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서민을 고금리와 사채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집값 억제 효과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A씨는 "대출을 받아 투기를 하면 문제지만 누가 디딤돌 대출로 투기를 하나"라며 "집값은 고가 주택 위주로 올랐는데 아무런 공지도 없이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대출을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1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 4만5977건 중 6억원 이하 주택 거래는 9004건으로 약 20% 수준이다. 또한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7500만원으로 서울에서 디딤돌 대출 조건에 맞는 주택은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한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디딤돌 대출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참고자료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향후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정부 주택관련 대출정책 혼선은 앞서도 연출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9월로 전격 연기했다. 또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현재까지도 완화 적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도 정부 정책이 헛도는 사이 주택 시장은 빠르게 식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731건으로 8월(6288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아직 계약 신고 기간이 남았지만 9월 거래량은 8월 대비 크게 밑돌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디딤돌 대출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딤돌 대출은 주택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소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 성격 상품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디딤돌대출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대출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내년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디딤돌대출 규제는 명분도 없고 규제에 따른 큰 효과도 없는 갑작스러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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