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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은행잎 추출물을 주목하는 이유


전문의약품 성분에서 도네페질 등 인지기능 개선제 퇴출돼
일반의약품으로 '은행엽건조엑스' 각광…부광·종근당 출시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초고령화 사회로 더 빠르게 진입하면서 기억력 개선 관련 일반 의약품이 제약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7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기억력과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성분인 '은행엽건조엑스'가 함유된 일반 의약품(OTC)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는 전문의약품(ETC)에 쓰이는 성분들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인지 장애 관련 개선제는 ETC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뇌 기능 개선 목적으로 ETC에 처방됐던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추진하면서, 해당 성분들은 사실상 퇴출되거나 처방 영역이 축소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도네페질은 지난 2019년 혈관성 치매에 대한 충분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적응증에서 삭제됐으며, 아세틸엘카르니틴은 2022년 일차적 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해 적응증이 인정되지 않았다.

옥시라세탐은 기질성 뇌증후군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 약물이지만, 2023년 진행된 임상 재평가에서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최근 연구를 통해 논란이 제기돼 일부 적응증이 삭제됐으며, 임상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결과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기존 ETC 성분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은행엽건조엑스가 이를 대체할 성분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은행엽건조엑스는 은행나무잎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한 물질이다. 혈액순환 개선, 항산화 작용 등의 기능이 있어 말초동맥 순환장애, 어지러움, 이명, 치매 등 뇌기능 장애에 사용 가능한 약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은행잎추출물 'EGb761'은 해외 임상에서 인지기능 개선과 현기증 치료 효과 및 내약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인지 장애나 기억력 감퇴는 주로 노년층에서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심화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내년 20.6%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억력 관련 문제를 겪는 소비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은행엽건조엑스 첨가 OTC 의약품을 출시한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올해 4월 은행엽건조엑스 60㎎을 포함한 '메가브레이논캡슐'을 시장에 내놨다. 인삼 40%에 에탄올건조엑스 100㎎을 복합했고,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및 주의력 저하, 현기증과 같은 말초동맥 순환장애 증상 개선에 효과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기억력 감퇴 및 집중력 저하는 노년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발생한다"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국민의 뇌 건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동국제약과 종근당도 올해 1~2월 각각 '메모레인캡슐'과 '브레이닝캡슐'을 차례대로 선보였다. 두 제품의 주성분은 인삼 40%에 은행엽건조엑스 60㎎, 에탄올건조엑스 100㎎으로 메가브레이논캡슐과 동일하다.

건강한 중년층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메모레인캡슐을 투여한 결과, 작업기억(working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기억 품질지수가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레이닝캡슐의 경우, 제조사인 스위스 기업 SFI가 12주 동안 진행한 임상에서 평균 7.5% 기억력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2주간의 휴약기 동안에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보다 4배 높은 고함량으로 승부를 건 회사도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은행엽건조엑스 240㎎을 한 알에 담은 '대웅징코샷'을 출시했다. 기존 120㎎ 함유 제품은 하루 2회 복용했던 데 비해 하루 1회 1정으로 사용 편의를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인지 장애 개선제 OTC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만 관련 품목허가 의약품이 14~15개까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 재평가 결과를 떠나, 은행엽건조엑스 효과가 이미 입증됐기에 각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 따라 경쟁이 더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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