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연말연시를 넘기고 있는 식품·외식업계의 한숨이 깊다. 통상 소비대목으로 꼽히는 시기인데,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둔화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대형 참사 등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낮아졌다. 이러한 하락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0년 3월(18.3포인트 감소)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며,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크리스마스, 송별회 등 이벤트가 많아 소비 대목으로 꼽히는 12월임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기는커녕 되레 악화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초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둘째 주(7일~13일)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직전 주(11월 30일~12월 6일)와 비교하면 26.3% 감소했다.
11월 30일~12월 6일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었는데, 일주일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2월 둘째 주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12월 7일)된 뒤, 2차 탄핵안이 가결(14일)되기 직전까지 기간이다. 당시 정치권에서 탄핵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이어졌고,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심리 둔화 현상이 올해 초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경기 침체로 인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정치 불확실성 역시 상존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1월 내수 경기가 전달보다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대형 참사 이후에는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다음 달인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6으로 전달(88.8) 대비 2.3포인트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여파로 안 그래도 닫혔던 지갑이 사건, 사고가 겹치며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안타까운 참사에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며 각종 마케팅, 행사 등도 줄줄이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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