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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세대에겐 너무 생소한 '응원봉 시위'…"그걸 왜 들고 나오는 거야?"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등장한 '응원봉'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로부터 그 의미를 묻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응원봉. [사진=X캡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 '다시만난세계', 샤이니 '링딩동' 등 인기 케이팝이 흘러 나왔다.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다가도 노래가 나오면 가지각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을 불렀다.

이에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도 한국의 '응원봉 시위'을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칭하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비장하고 경직된 시위와는 사뭇 다른 이 새로운 분위기에, 자녀들에게 응원봉의 의미를 묻거나 직접 구매를 시도하는 등 호기심을 드러내는 부모 세대의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를 증명하듯 '응원봉 시위' 관련 기사에는 부모 세대로 추정되는 누리꾼들로부터 "응원봉이 뭔데" "그걸 시위에 왜 들고 나오는 거야?" "어디서 구하냐" "어떤 것들이 있냐" "우리 딸도 쓰던데 뭔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촛불대신 야광봉을 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응원봉은 원래 콘서트장이나 무대에서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사용되던 도구로, 초기에는 팬덤별로 각기 다른 색상의 풍선을 활용하곤 했다. 그러나 상징색이 겹치는 팬덤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팬덤의 개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응원봉으로 발전하게 됐다.

응원봉은 팬들에게 단순한 도구를 넘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같은 팬덤의 유대를 드러내며 타 팬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응원봉은 해당 팬덤의 단합력을 보여주고, '우리는 하나'라는 소속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양한 디자인의 응원봉을 한데 모아 보면, 그 자체로 흥미롭고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시위에서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에픽하이의 공식 응원봉인 '박규봉'은 가운뎃손가락을 펼친 손 모양을 하고 있어 시위 현장에서 눈에 띄였다. 뿅망치 모양의 블랙핑크 응원봉으로 윤석열 흉상을 때리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기도 했다.

사진은 에픽하이 '박규봉'(왼쪽), 블랙핑크 '뿅봉'. [사진=케이팝스토어(왼쪽), 텐바이텐(오른쪽)]
사진은 아이돌 응원봉 종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쇼핑몰, 각 소속사가 지정한 공식 홈페이지, 또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응원봉은 옵션에 따라 가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편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진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긴 발언과 관련이 깊다.

당시 그는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 이후 쉽게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이 상징적인 도구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LED 촛불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응원봉이 대체하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 시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화제가 된 '응원봉 시위문화'는 2030 젊은 여성 팬들이 결집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SNS를 통해 더 많은 인원과 팬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했으며, 이에 다양한 팬덤이 동참하면서 각기 다른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늘어나게 됐다.

586 세대는 이를 호기심 어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어르신들이 멈춰 서서 응원봉을 하나씩 구매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함께 흔들었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 참가한 아이돌 팬들이 들었던 응원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또 다른 누리꾼은 "젊은 세대에게 응원봉은 단순히 반짝이는 물건이 아니라, 비싸고 소중히 간직해온 물건"이라며 "이는 단순히 눈에 띄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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