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문학은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블루카펫'을 밟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10일(현지시간) 한강 작가는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에서 영어로 4분가량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우선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며 8살 때의 일을 언급했다.

이후 한 작가는 그러한 경험에서 자신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들이나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 (창작은)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고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고 또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알고 싶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등의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1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체온을 지니고 있다"며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이날 오후 4시 49분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시상식장에는 한 작가를 향한 기립 박수가 울려 퍼졌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124년 노벨문학상 역사에 처음으로 아시아 여성 작가의 이름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