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두 번 죽이지 말아주세요."
국내 최대 규모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자신을 '김가네' 가맹점주라 밝힌 A씨는 "많은 분들이 회장 개인을 넘어 김가네 브랜드 전체를 욕하고,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달 김용만 김가네 회장이 술에 취한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회장은 또 피해자에게 지급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명의 계좌에서 본인을 대리하는 한 법무법인 계좌로 수억원을 이체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는다. 사건을 맡은 서울 성북경찰서는 최근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 회장을 준강간치상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연일 김 회장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가네 가맹점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손상은 물론, 자칫 불매 운동까지 이어져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추후 본사 대응에 따라 가게를 접을지, 운영을 이어가야 할지 기로에 섰다. 김가네 관련 종사자들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 2017년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가맹점 매출이 40%까지 급감했다. 2019년에는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승리의 라멘집으로 유명세를 탔던 '아오리 라멘'이 버닝썬 게이트로 오너 리스크에 휘말렸다. 당시 불매 운동이 시작되며 점주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전 회장이 경비원을 상대로 폭행·욕설을 하고, 친족 운영 회사를 통해 치즈를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치즈 통행세'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오너 리스크는 오너 기업의 숙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를 넘어 일선 점주들의 생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더 취약하다.
더 큰 문제는 점주들이 이러한 오너 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보상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호식이 치킨 사례로 가맹본부나 임원의 위법 행위로 인해 가맹점주가 손해를 입을 경우 본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이 도입됐지만, 적용이 까다롭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출 감소 등 오너리스크로 인한 무형의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아오리라맨 점주들이 승리의 버닝썬 사태로 매출이 급락했다며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점주 측이 매출 감소 데이터를 제출했으나,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단 것이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입법 보완과 함께, 본사 차원의 선제적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호식이 방지법은 가맹점주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김가네 사태로 재조명되며 입법 보완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꼭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본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문화도 정착됐으면 한다. 오너 리스크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면 재발 방지·피해 배상 등에 본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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