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선도지구 발표 전보다 호가가 5000만원에서 1억원은 올랐어요.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호가는 낮아지지 않았고 그대로네요. 매수 문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샘마을 인근 A 중개업소)
"꿈마을 한신이나 금호아파트의 웬만한 물건들은 집주인들이 거둬들이는 통에 지금은 물건이 없어요. 불과 며칠 전에 거래된 물건에 비해 호가는 5000만원 올랐어요. "(꿈마을 인근 B 중개업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보) 선도지구 선정 결과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평촌의 선정 단지 주민들이 재건축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추가분담금이나 이주대책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일단 선도지구 선정 이후 집주인들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호가를 높이거나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
평촌 선도지구 지정 단지 현장을 둘러본 결과 겉으론 조용했지만 기대감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현수막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단지 곳곳에 선정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분위기를 돋웠다.
평촌에서는 △꿈마을 금호·한신·라이프·현대아파트 1750가구 △꿈마을 우성·건영5·동아·건영3차아파트 1376가구 △샘마을 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아파트 2334가구 등 총 5460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당초 예상된 물량 4000가구보다 더 많은 물량이다. 꿈마을 2곳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선정됐다.
선정 단지들의 공통점은 학군이 좋고 개발 호재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인덕원~동탄선 안양도매시장역(가칭) 주변이다. 꿈마을에는 귀인중학교가, 샘마을에는 대안여자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평촌역과 가까운 꿈마을 밑으로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고 시장과 맞닿아 있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건너면 샘마을이다.
꿈마을 금호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01㎡ 매물이 14억원대에 나와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이 올랐는데 선도지구 지정으로 호가를 더 높인 수준이라고 한다. 꿈마을 인근의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도지구 발표 전부터 미리 물건을 거둬들인 경우도 있다"며 "이전보다 높은 14억원대 매물만 있는데 전체적으로 매물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소동 이후에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았고 변동이 없다"고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 7월에 12억9000만원(7층) 매매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선도지구 선정 후 지난 주말에는 꿈마을 금호아파트 통합재건축 구역 전체적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물건들 매매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호가를 높인 매물들 위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꿈마을 인근 C 중개업소 관계자는 "5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호가를 올린 것들은 거래가 안 되고, 올리지 않은 물건들 위주로 거래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선도지구 발표하기 전에 봤던 금액이면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라며 "금호·한신 등 통합재건축 단지 1750가구 중에서 일주일 사이에 37~47평짜리 물건 2~3건 매매 계약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새 거래됐다는 물건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아직 공개가 되진 않았다.
꿈마을 인근 D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자들 입장에서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며 "선도지구 지정 여부를 보고 판단하려고 물건을 내놓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꿈마을 인근 E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대아파트 37평은 지금 1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며 "선도지구 지정 이후 상황에 관심을 갖고 매수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샘마을도 사정이 비슷하다. 샘마을 우방아파트 저층 전용 101㎡는 1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샘마을 인근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에 샘마을우방아파트 최상층이 9억원 후반대로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며 "이 소식 때문인지 집주인들이 매매를 보류시키거나 거둬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초 대비 매매가격이 약 1억~1억5000만원 정도 올랐다"며 "선도지구 선정과 관련해 이제 매수할 때 재건축을 생각해 지분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주택형은 지난 1월에 8억8000만원(15층), 2월에 8억2000만원(8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당분간 매매가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도지구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정책이어서 상징성이 있다. 각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선도지구 지정 단지가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차기 지정 단지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기대감에 당장 호가를 낮출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높아진 평촌…선도지구 재건축도 잘 될까?
최근 평촌의 분양가는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분양한 안양 동안구 호계동의 '아크로베스티뉴'의 전용 84㎡기준 분양가는 최고 15억7440만원에 달했다. 연이어 분양한 '평촌자이 퍼스니티'도 전용 84㎡기준 13억7960만원이었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평촌 일대의 분양가가 15억원대에 달하는데 모두 완판됐다"며 "집주인들이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해 비슷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촌 신도시 선도지구는 선정만 됐을 뿐 이주 대책 등 후속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통합재건축이다 보니 이주 물량이 많은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매매와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이주 대책에 대해선 이달 중에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엔 정비계획이 구체화하며 추가분담금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고, 이에따라 주민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계획대로 오는 2030년 입주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내 한 관계자는 "이주를 하는데 통상 1년 이상은 걸리게 되고, 2030년 입주를 위해선 지금부터 이주와 철거에 돌입해서 오는 2027년 착공을 해야 한다"며 "가능한 시나리오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비상계엄 선포 소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인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 팀장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데, 정치적 이슈로 인해 정책의 안정적 추진에 차질이 생기게 되면 향후 사업 추진속도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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