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결국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이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격차가 벌어진 만큼 관건은 국민연금과 최윤호 고려아연 회장 우호지분 세력 결집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고려아연은 2조 5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려던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번 고려아연 유증 철회로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은 임시주총에서 가려지게 됐다. MBK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주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법원은 이달 27일 첫 심문기일을 열고 이르면 내달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려아연 측에서 임시주총 소집을 거부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데다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인용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법원이 만일 임시주총 소집을 허용하면 임시주총은 다음달 말 이뤄질 전망이다.
관건은 MBK와 지분 격차가 벌어진 최 회장이 얼마나 의결권을 더 확보하느냐다. 현재 MBK(39.83%)와 최 회장(35.4%)의 지분 격차는 약 5%p다. 우호지분으로 알려졌다가 이탈한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와 함께 이른바 백기사들의 이탈이 감지되면서 최 회장은 우호지분 결집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실제로 최근 증권사 및 기관투자자를 찾아가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여론이 악화하자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등 정관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MBK 측이 지속해서 문제 삼는 지배구조 개선 요구의 빌미를 차단하고, 최 회장 일가를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카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결국 최 회장 측근 사외이사를 의장직에 앉혀 거수기 의장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우호지분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화의 경우 최근 양사간 지분 매매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사이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LG화학의 실제 표심은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연쇄적으로 불참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이 제3자에게 위임장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부를 가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핵심 캐스팅 보트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5%를 보유해 그 표심에 따라 경영권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에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양측의 현재 지분격차(약5%p)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의 표심은 읽을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비친 바 있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의 유증 철회 직후 "일련의 과정을 통해 최윤범 회장의 전횡 등고려아연의 운영 및 감독 체계인 '거버넌스'가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직접 목격했다"면서 "유명무실한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에 새롭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신속하게 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