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에는 ‘듣도, 보도, 경험도’ 못한 기상 현상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 스페인 발렌시아에 하루 동안 1년 치 비가 쏟아졌다. 하룻만에 400mm가 넘는 비가 퍼부었다. 200여명이 사망하고, 자동차가 떠내려가고, 집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퍼붓는 폭우에 그동안의 시스템은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변동성, 취약성 등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번 스페인 폭우의 영향은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 위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콜드 드롭(cold drop)’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콜드 드롭이 발생하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급격하게 상승해 대기가 불안정해진다. 폭우를 만드는 짙은 구름이 발생한다.
이 구름대는 몇 시간 동안 같은 지역에 머무는 특징이 있다. 파괴적 잠재력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폭우와 함께 맹렬한 우박, 폭풍, 토네이도까지 불러온다. ‘콜드 드롭’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스페인 지중해 연안이나 프랑스 전역에서 가을에 발생하는 큰 충격의 강우 현상을 뜻한다.
이 같은 현상은 스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전 세계 바다 온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기상 현상으로 전에는 ‘듣도, 보도, 경험도’ 못한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환경정책센터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지중해 바다가 급속히 가열되면서 평균 온도보다 5도 상승하고 있음을 경고했다”며 “뜨거운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있어 재앙적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토 박사는 “폭발적 폭우는 기후변화로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하고 심각한 기상 현상은 이어지는데 정부의 대응과 대책은 이번 스페인 정부에서 볼 수 있듯 ‘무대응’ 수준이었다. 스페인 시민들은 국왕이 재해 현장을 찾아왔을 때 정부의 무능력에 대해 진흙을 던지는 식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이번 스페인 홍수에서 큰 피해를 본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의 경보 발령 시스템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홍수를 직접 경험한 한 시민은 “이미 가슴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에서 경보가 울렸다”며 “최악의 상황 이전에 대피하라는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데 이미 최악의 상황에 빠진 뒤 경보음이 왔다”고 설명했다. 사전 경보시스템이 아니라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스페인 정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조기경보시스템의 중요성을 UN과 세계기상기구(WMO) 등은 여러 번 강조하는데 전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당장 눈앞에 위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정한 뒤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사한 뒤 공공 서비스의 중요성과 기후변화 결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고수온이 태풍과 허리케인을 강화한다”며 “고수온 해역을 지나는 태풍은 그동안의 최대 평균 강도보다 35% 더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고수온 해역에서는 바다에서 대기로 증발이 이뤄지면서 대기층에 수증기를 빠르게 공급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1.5~2.5배 강한 강수량을 동반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스페인 홍수는 그 심각성이 기후변화로 더 강화하고 있고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비극의 회오리’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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