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호남 맹주' 타이틀은 지켰다. 지지층 신뢰가 견고하다는 것은 확인한 셈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현상 유지'에 머물렀다. 더욱이 '11월 위기설'을 앞두고 텃밭 패배라는 최악의 수는 막았지만,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잠재적 위기로 남아있다.
이 대표는 17일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 패배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을 받들어 민생회복에 정진하겠다"며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이자 관심도가 떨어지는 재보궐이지만, 전국 선거급으로 위상이 올라간 것은 이 대표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 당대표 연임 직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서 여러 과제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텃밭인 호남에선 탈환을 노리는 조국혁신당을 견제해야 했고, 금정구청장 선거에선 '정권 심판론'이 유효한 전략인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사실상 두 곳의 선거구를 들여다보면 큰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권이 충돌한 전남 영광에선 '호남 맹주'라는 민주당 위상이 무색하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41.08%를 얻어 당선됐지만, 실상 혁신당(장현 26.56%)과 진보당(이석하 30.72%)을 합치면 58.28%인 만큼 타 진보 정당이 호남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타 진보 정당이 텃밭을 노리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더욱이 민주당과 결이 비슷한 혁신당의 약진은 향후 지방선거에서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 일부에선 혁신당이 아닌 진보당이 2등을 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호남 선거에서 불거진 민주당과 혁신당 간 첨예한 갈등 양상은 양당 관계에서 잠재적 위험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진보당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는 것이 결과로써 나타난 만큼, 이번 결과가 예방주사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호남의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면에서 혁신당이 3등을 한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도 사실상 민주당이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 김성회 대변인은 10·16 재보궐 선거 결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선 직후인 지난 8회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보수진영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다"며 "윤석열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내외 논란과 명태균 게이트 등 여권 악재 속에서 내세운 '2차 정권 심판론'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자당 후보의 약진과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 하락을 소위 '성과'로 내세우지만, 지난 2022년 지선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1%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1%p 하락했다.
이번 선거에서 김경지 민주당 후보는 38.98%,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는 61.03%를 득표했다. 지난 제8회 지선 당시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정미영 민주당 후보는 37.96%, 김재윤 국민의힘 후보는 62.03%를 얻었다. 김경지 후보가 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컨벤션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보면 미약한 상승세인 것이다. 큰 득표차가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국민의힘의 텃밭 장악력 건재는 물론 정권 심판론도 부산 민심을 흔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부산 시민에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국회 다수당에게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입장에선 텃밭을 지킨 만큼 '리더십 위기설'은 피했다. 최악의 수로 관측되던 호남 패배와 '11월 위기설'을 동시에 마주하는 상황은 피한 것이다. 하지만 사법리스크에 따른 리더십 논란은 잠재적인 위험으로 남아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은 각각 오는 11월 15일, 25일 진행된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 줄 것을 각각의 재판부에 요청했고, 당내 일부에선 '유죄 선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국회의원직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만큼 확정 판결을 기다리더라도 사법리스크는 '현실화된 위기'로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이미 '단일대오'를 형성한 당내에선 리더십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여당의 공세와 민주당 비주류의 반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 형성될 수 있다. 문제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당대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만약 유죄를 받더라도 지금 당장 당내에서 반발이 나오거나 리더십을 문제 삼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권이 걸린 큰 선거 국면이라면 흔들거나 문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선도 2년 가까이 남았는데 지금 불만을 표출한다고 힘이 실리지도 실익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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