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11월 위기설' 현실화 여부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의 시선은 유·무죄 판결은 물론, 1심 선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견고한 '이재명 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은 각각 오는 11월 15일, 25일 진행된다. 정치적 약점으로 꼽혔던 사법리스크에 대한 1차 판단이 드디어 나오는 만큼, 이 대표 입장에선 '운명의 날'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 줄 것을 각각의 재판부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 내 일부에선 불안감도 관측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현재 국회의원직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만큼 유력한 야권의 대권 잠룡이 실종되기 때문이다.
다만 1심 판결에서 민주당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확정 판결을 지켜봐야 하고 더욱이 2027년 대선 전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가 대권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검찰이 보수의 '정적 제거'를 위해 대권주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수원지법'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재판을 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향후 이 대표 재판 결과에 대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밑자락을 깔아둔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배심에게 드리는 이재명 무죄이유서'라는 글을 올려 재판 결과를 대비한 사전 여론전을 펼쳤다. 김 최고위원은 글에서 "1%도 안 되는 차이로 패배한 야당 대통령 후보 부부라는 것 외에 그들이 잔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라며 검찰을 비판 했다. 그는 또 "미국이었다면 불공정기소와 굴욕적 대우로 판단돼 적법절차 파괴로 결론 났을 일들의 연속"이라며 재판부의 공정성도 문제 삼았다. 사실상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판결이었다라는 주장을 미리 부각시켜 놓은 것이다.
'사법부 불신'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리더십' 붕괴는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당대표 리더십이 흔들리기 위해선 국민적 신뢰가 상실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내에서 리더십을 문제 삼거나 다른 대선 후보를 세우는 이른바 '플랜 B'의 구성 필요성이 분출돼야 하는데, 지난 총선 '비명횡사' 이후 친명(친이재명)계 주류가 장악한 현재의 당 상황에선 이견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 주류 입장에서도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미뤄봤을 때,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피선거권 박탈 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가 상당히 위기에 처할 것 같다고 외부에서 말하는데 지금 당내 상황이나 당 지지자들, 국민 여론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1심 판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당 관계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일부 인사는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지만,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현재 체제는 견고하다"고 했다.
다만 1심 판결 직후 당내 비주류들의 반발이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당내 동요'는 시작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당 관계자는 "현재 이재명 체제에선 소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1심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당장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당내 의원들이 분명 동요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간과 계기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판결을 앞둔 두 사건의 경우 1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까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을 당내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1심 판결로 당장 (리더십에) 흔들리진 않겠지만, '대선 주자로는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는 점차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 대표가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비명계가 세력화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비명계가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나'는 공세를 펼치면서 여론전에 나설 수 있다"며 "당장 공세가 먹혀들진 않아도, 일단 목소리를 키운 다음에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평론가는 이와 함께 친명계가 사법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중도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선 전까지 최소 2심까지는 나올 것 같은데, 대선 과정에서도 유죄를 두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중도층에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결국 형량을 줄이기 위한 압박에 불과하다고 국민은 느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부터 불거졌던 만큼,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지지층의 동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은 있겠지만,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대선 주자 지위를 잃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같다"며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국민도 사법리스크를 모르고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죄가 나온다면 재판부가 편향됐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조와 비교돼 오히려 상쇄되는 면이 있을 수 있다"며 "혹여 유죄가 나와도 (김 여사 문제 등이)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도층 입장에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정치가 상대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한편, 민주당은 법원에 대한 성토만 쏟아낸다면 중도층은 '도긴개긴'이라는 생각에 무당층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당에 표가 가지 않는 상황도 이 대표 입장에선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문제는 (무당층을 흡수할) 제3자 인물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떠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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