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여·야가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에 속도를 붙이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여·야는 선진국보다 낮은 보호한도를 높여 금융회사의 파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금융권에선 실질적으로 고액 예금 비중이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예금자보호한도란 은행 등의 금융회사가 파산 또는 도산할 때 고객이 맡긴 돈을 일정 한도까지 보장해 주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 7항에 따라 2001년부터 5000만원으로 한도를 정해 놓고 있다. 금융회사가 도산할 우려가 있던 외환위기 때는 예금 전액 보장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예금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해이를 우려해 5000만원으로 줄였다.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지난해 미국에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발생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례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 대표는 "지금 경제가 나빠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면서 "혹시나 뱅크런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는 1.16배로 미국(3.11배), 일본(2.12배), 영국(2.18배)보다 낮다. 금액으로도 한국보다 일본은 4000만원 많고, 영국은 1억5000만원, 미국은 3억3000만원 가량이다.
금융권은 부정적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회사 전체 예금(3675조3491억원) 중 보호받는 예금 비중은 82%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5000만원 이상 예금자는 10명 중 2명 남짓인데 남은 8명이 예금보험료를 같이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액 예금 비중이 작아 개인이 얻는 이익도 크지 않은 데다 금융회사가 도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반면 예보료 부담만 커져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저축은행은 87억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273억원의 예보료를 냈는데 예금자보호한도가 오르면 예보료 부담은 더 커진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종금 0.15%, 투자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보료가 오르면 대출 이자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다"면서 "소비자보호가 증대되는 측면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미온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한도 상향 시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업권 부담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연금저축·사고보험금에 대한 별도 보호 한도를 적용한 만큼 제도 개선의 효과를 지켜본 후 전체 한도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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