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MBK파트너스 및 영풍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치열하게 지분 매집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창업주 두 가문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 그룹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가 함께 만든 기업이다. 고려아연은 영풍 그룹 산하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다.
두 창업주 가문 가운데 현재 장씨 일가의 대표 격은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다. 최씨 일가의 대표 격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다.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의 갈등은 사실상 장 고문과 최 회장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장 고문 측은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MBK와 손잡아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려 한다. 장 고문 측은 이를 위해 1대 주주자리까지 MBK에 양보하고 있다.
장 고문 측은 특히 이번 지분 싸움에서 경영권 획득에 성공해도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고 주주로만 남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에 대해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 등) 몇몇 가족이 경영을 나눠서 할 규모를 넘어섰다"며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MBK는 그러한 경험과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지분 경쟁에서 MBK가 승리하게 된다면 당연히 최 회장의 경영권은 박탈되고, 장 씨 일가도 주주로만 남게 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 모두 고려아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분 경쟁에서 최 회장 측이 승리해도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힘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강 사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입장에서는 대항 공개 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영풍은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MBK파트너스 측에) 파는 것이지만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려아연의 주식을 (실제 시장가치에 비해)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팔려 한다면)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냐"고 말했다. 대항 공개매수에 협조할 우군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거나, 설사 있다하더라도 고려아연 측에 경영권을 담보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강 사장은 또 "고양이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이 안 되도록 하셨으면 좋겠다"며 최 회장 측 지원군을 '호랑이'에 빗댔다. 최 회장 측이 이번 싸움에서 순간적으로 이기더라도 장기적으로 호랑이에게 밀려 경영권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강 사장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우호지분을 빼면 현재 최 회장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이 약 16%에 불과해 지분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분 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큰 자본을 끌어와야 하고 특히 주식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주식을 매입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 차이 만큼 자기 지분을 담보로 내놔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담보는 내놓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 현대차 등이 우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속사정은 다를 수 있다"면서 "결국 최선은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것인데 주가변동성 탓에 고려아연이 불리한 계약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곽상빈 변호사 역시 "대주주 변경 이슈, 즉 분쟁이 깊어질수록 주가는 단기간에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요인이 사라지면 주가가 하향할 수밖에 없어 최 회장 일가가 투자자가 안을 리스크를 어떤 형태로든 담보하는 계약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접촉 중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자본 대여안건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투자가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베인캐피탈 측은 리스크를 상쇄할 장치로 보다 명확한 경영권 확보 방안과 담보 설정안 보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현재 중요한 투자 유치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가설을 전제로 말할 입장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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