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발언이 거칠어지는 등 경쟁을 넘은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자, 이번 선거가 양당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국가적 중대시기에 국민적 관심사의 국회 의결에 빠지는 소탐대실은 엄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무엇이 중한지를 가리는 감각도, 왜 비판받는지를 성찰하는 염치조차 잃었다면 이미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조국 혁신당 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지역인 전남 영광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거리 인사를 진행했고, 저녁에는 광주로 이동해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혁신당은 재·보궐선거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호남 '지역살이'를 선언하고 '지역 민심 잡기'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혁신당의 총력전에 대응을 자제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견제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가 지지도 30.3%를 기록하면서 29.8%를 얻은 장세일 민주당 후보를 소폭 앞섰다. 뉴스1·남도일보·아시아경제 등 3개 언론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영광군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명선 민주당 10·16 재·보궐선거 지원단장은 지난 13일 혁신당이 민주당 탈당 인사인 장 후보를 공천한 데 대해 "재·보궐선거 올인을 선언하고 마음이 급한 것은 알겠으나 부도덕한 행위로 징계 대상이던 민주당 후보를 '이삭줍기'한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치는 연휴 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본회의에 조 대표가 불참한 것을 두고 김 최고위원이 "쇄빙선 내려서 동네 선거하나, 부끄럽다 지방의원인가"라고 비꼰 메시지를 당 관계자에게 보낸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튿날에는 주철현 최고위원이 "조 대표가 고향인 부산은 내팽개치고 엉뚱하게 민주당의 본산인 전남에서 스스로 큰집이라고 칭했던 민주당을 상대로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도 이에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호남에서 배타적 이익을 향유했던 민주당이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자 거칠고 저급하게 나온다"고 지적했고, 서왕진 의원도 "호남에서는 민주당 이외의 당이 후보를 내면 분열이고 집안싸움이냐"고 했다.
여기에 한동안 야당 공조 분위기 속 잠잠했던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도 다시 꺼내 드는 모습이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최고위원을 향해 "지난 4·10 총선 당시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으로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공약했던 '국회 교섭단체 완화' 약속을 꼭 지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당 간 메시지 공방이 거칠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양당의 공조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는 지난번 지방선거 때부터 나왔다"며 "혁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한 자리만 차지해도 상징성이 굉장히 크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양당 간 갈등 구도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민주당이 전남 지자체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혁신당한테 빼앗기면 이재명 대표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지난 총선 때 두 정당이 보완재 형태였다면, (앞으로) 대체제 관계로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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