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재확산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대비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 시 5~21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인다. 발열, 오한, 근육통, 호흡기 문제 등이다. 이후에는 여드름이나 물집처럼 보이는 발진이 주로 얼굴과 몸에 생긴다.
◇ 다시 고개 드는 엠폭스…세계보건기구, '비상사태' 선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는 감염 환자와의 체액, 피부·점막 병변(발진, 딱지 등)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기침과 재채기 등 호흡기 비말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에 비해 낮다. 엠폭스의 치사율은 3%에서 최대 10%로,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에게 큰 위협이 된다.
엠폭스는 지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고 수준이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으나, 이듬해 확산세가 줄어들자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프리카에서 엠폭스가 재확산되고 변종 'Clade 1b형'이 등장하면서 WHO는 재차 PHEIC를 선포한 상태다. 현재 아프리카 엠폭스 감염자는 1만9000여명에 달하며, 500명 이상 사망자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 3세대 백신 생산 확대…적응증 확대도 박차
이 같은 확산세에 엠폭스 예방용 백신 '진네오스(Jynneos)'를 개발한 덴마크 기업 바바리안 노르딕(Babarian Nordic)은 생산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진네오스는 'MVA-BN(Modified Vaccinia Ankara-Bavarian Nordic)'이라 불리는 성분을 기반으로 미국과 스위스, 캐나다, 영국 등에서 유일하게 승인된 3세대 백신이다. 원래 천연두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엠폭스로 적응증을 넓혀 승인을 받았다.
3세대 백신은 천연두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2세대 백신에 비해 엠폭스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접종 방식과 부작용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지고 있다. 2세대 백신은 이른바 '불주사'로 알려진 분지침 방식으로 접종됐지만, 3세대 백신은 피하주사로 개발돼 더 편리하다. 진네오스는 2세대 백신과 달리 '약독화 백신'이기 때문에 2세대 백신보다 부작용 위험이 낮은 편이다. 약독화 백신이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백신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바리안 노르딕은 생산량 확대와 함께 백신을 성인뿐만 아니라 12~17세 청소년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 MVA-BN 관련 임상 데이터를 제출했다. 앞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엠폭스가 미국에서 유행할 당시 진네오스를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긴급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이는 회사가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후원한 임상 연구에서 진네오스 백신이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에서 면역반응의 비열등성 및 유사한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2~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MVA-BN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시험은 국제 협력체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일부 자금 지원을 받아 올해 말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 한국은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개발 중
엠폭스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업체로는 HK이노엔이 있다.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조건연구원과 용역 계약을 통해 백신 개발에 나섰다. 회사는 관련 백신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을 결정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다. 오는 2028년까지 3상을 완료하고 2029년에 품목허가를 받아 상용화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엠폭스 확산 전부터 2세대 천연두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생물 테러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 목적으로 질병관리청과 함께 개발했고, 허가 이후 3500만명 분을 비축했다. 회사는 이 2세대 백신을 엠폭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하는 방안과 사람 두창, 원숭이두창을 적응증으로 하는 3세대 백신 개발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2세대 백신의 경우, 엠폭스 예방 효과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HK이노엔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련 백신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기반이 없는 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의 목적이 신약 개발이 아니라 기존 백신에서 개량 또는 업그레이드하는 부분이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는 2022년 5월 첫 엠폭스 확진자 발생 후 지난해 총 151명으로 대폭 늘어났으나, 점차 줄어들어 올해 8월 기준 11명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