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감독원의 페널티 경고에 시중은행이 대출 '셧다운'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냈다.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는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의지다.
가계대출 취급 한도를 가장 크게 초과한 우리은행이 일부 가계대출을 취급 중단했으며 한도가 바닥난 국민·신한·하나은행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무주택자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만기 제한·한도 축소에 이어 대출 셧다운이라는 사태가 3년 만에 재현됐다. 지난 2021년 가계대출 급증할 당시 우리은행은 8월부터 전세대출을 제한했고, 10월에는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신용대출과 부동산 구매 자금 목적의 대출을 중단했었다.
이번 대출 셧다운은 지난 2021년보다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과 달리 페널티 제도가 추가돼 강력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셧다운에 나선 것도 '페널티'는 피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2000억원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21일까지 8000억원이 늘어 목표치를 376.5% 초과했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는 강제로 가계대출 취급 한도를 줄이는 1호 페널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목표치 대비 증가 폭이 클수록 내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차주별 DSR 한도를 낮춰 은행의 대출 한도를 강제로 줄이겠단 조치다.
나머지 은행도 여유가 없어 이른 시일 내 셧다운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1일까지 목표치를 1조1000억원 웃돌았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조8000억원, 9000억원 초과한 상황이다.
2일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한 곳이 취급을 중단하면 쏠림 방지를 위해서라도 경쟁은행들도 조만간 일부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1일까지 가계대출을 목표치 대비 52.3%만 공급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선제적으로 이달 말부터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일부 가계대출 제한에도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주택공급이 부족해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수 심리도 커지고 있어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4797명으로 전달 보다 20.8% 늘었다. 30대의 생애 첫 부동산매입은 올해 7월 2306명으로 지난해 전년 동기 35% 증가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제한해도 무주택자 수요가 커서 가계대출이 진정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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