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노선 갈등 촉발 조짐을 보였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간다. 이른바 '정책 토론'(정책 디베이트)을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문제인 만큼 쉽게 결론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내 소통 이미지와 중도·보수층 표심 흔들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9일 인천 영종도 네스호텔에서 열린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주요 정책 이슈가 제기됐을 때 토론을 제도화하려 한다. 그 1탄으로 금투세 토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정책 중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당내에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금투세'를 첫 번째 토론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금투세 논의는 당내에선 수면 아래 있던 사안이었다. 금투세 완화는 곧 '부자감세'라는 기조는 보수 정권 견제용 수단으로 활용됐다. 진보 진영 일부에선 유예 또는 폐지 언급이 나오긴 했어도 지지층의 비판에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금투세 시행(내년 1월)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유예 또는 일시적 완화 입장을 드러내자, 당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다양한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진 의장은 금투세에 대해 일부 수정은 가능해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당내에선 '중도·보수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선 세제 관련해서도 소위 '우클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세제 개편을 두고 당내 이견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만, '노선 갈등'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유는 민주당 정체성과 관련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 기본 원칙은 민주당의 세제 정책 기반이다. 더욱이 금투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아닌, 불투명한 금융 시스템과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 불안한 안보 환경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당의 기조였다.
이 대표도 당의 기조대로 불안한 안보와 정부 정책이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선 "주식시장이 이렇게 악화된 주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그 피해마저도, 그중에 가끔씩 좀 올랐는데 세금 떼고 이게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행 시기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당수 소액투자자가 대상이 되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 시장에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주장과는 궤를 달리 하지만, 금투세가 상당수 소액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쏘아올린 '금투세 완화' 담론은 민주당 지지층과 소속 의원들의 반대 여론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자신과 정반대 입장을 가진 진성준 의원을 2기 체제에서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정책 토론까지 추진했다. 내부 이견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판단을 국민에게 맡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진 의장은 지난 29일 인천 모 호텔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첫 번째 정책 토론 의제로 금투세가 올라간 것에 대해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되겠지만 이를 통해 이견을 드러내 타협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기 위한 절차는 또다시 고민해야 하지만, 당내 이견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쟁점인지 등 사안을 토론해 이견을 좁힐 가능성이 있는지 판별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투세를 둘러싼 당내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진보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필요성을 부각한 사안인 만큼 큰 갈등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금투세 폐지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지난 22일 '금투세는 당론으로 폐지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을 주장했던 당시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한 것과 달리, 이 대표 주장에 대해선 호응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더욱이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외연 확장은 필수인 만큼, 지지층 중심 금투세 폐지 여론은 당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떠나 금투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생각"이라며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도 고려할 부분이긴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지층도 수용하는 여론이 있는 만큼 개인적으론 폐지까진 아니라도 유예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구체적인 과정은 다르지만, 금투세 관련 공개 정책 토론은 이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위성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례와 비슷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과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후 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제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만큼, 당시 이 대표가 홀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당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선거법 관련해서 당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인사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 관계자는 "당시 이 대표도 어떤 방식이 현명한 선택인지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며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지도부를 비롯해 여러 인사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립되지 못하자 지도부는 이 대표 결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정책 토론도 이 대표가 추진한 만큼, 과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례처럼 금투세를 공론화해 논의하려는 것 같은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투세 토론'도 이 대표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명분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론 자체가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견 수렴 차원이고 결국 이 대표가 종합 검토를 거쳐 자신이 주장의 주장을 대책으로 제시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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